‘소나티네’‘하나비’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괴짜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만들면 사무라이 영화도 해학넘치는 오락물로 변주되는 것 같다.30일 개봉하는 ‘자토이치’는 기타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꽤나 낯선 대목이 많은 무협액션물이다.총성 대신 칼날의 비정함이 화면에 번득이고,사방으로 튀는 선혈이 끔찍하다 싶으면 어느새 장난기 서린 유머로 긴장을 풀어놓는다.영화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개봉돼 크게 흥행했고,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여 국내 팬들을 또 한번 열광시켰다.
자토이치는 신들린 검술을 자랑하는 맹인 방랑자.역시 이번에도 감독이 직접 주인공을 맡았다.초라한 행색으로 이집저집 떠돌며 마사지나 해주고 그 돈으로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자토이치.하지만 칼놀림만은 신기(神技)에 가깝다.건달 협객들이 사방에서 칼을 날려도 육감으로 전광석화처럼 역공하는 주인공의 검술에 영화는 한동안 화면을 할애한다.
관객들을 가장 손쉽게 포섭해낼 수 있는 검술영화의 정서는 복수와 정의,의협심 등이 아닐까.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신분을 위장하고 사는 게이샤 자매를 만나고,자토이치는 묵묵히 그들의 복수를 도와준다.
고개를 모로 살짝 떨구고 눈살을 찡긋찡긋하는 기타노 특유의 표정은 맹인역할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때론 감상의 맥락이 뚝뚝 끊길 정도로 검술장면들은 비현실적이다.그럼에도 액션활극을 좋아하는 남성관객들은 시원시원한 검술 시퀀스에 아드레날린이 솟는 짜릿함을 느낄 듯하다.특히 마을사람들에게 전횡을 휘두르는 우두머리 칼잡이 긴조가 고용한 떠돌이 무사 하토리(아사노 타다노부)와의 막바지 대결장면들은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마치 무언극처럼 대사를 절제한 왜색 짙은 탐미적 화면도 ‘기타노 팬’들에게 포만감을 줄 만하다.기교없는 대사나 담백한 인물동선들은 최근 사무라이를 소재로 할리우드가 만든 ‘라스트 사무라이’나 ‘킬빌’하고는 확실히 다른 맛을 낸다.
가장 오락적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결론부의 메시지까지도 단순명쾌하게 잡았다.자토이치가 긴조 일당을 처단하자 온마을 사람들은‘살맛나는 세상’이 왔다고 축제를 벌인다.탭댄스 뮤지컬로 채워지는 막판 10여분의 축제마당은 영화의 백미다.
황수정기자 sjh@
자토이치는 신들린 검술을 자랑하는 맹인 방랑자.역시 이번에도 감독이 직접 주인공을 맡았다.초라한 행색으로 이집저집 떠돌며 마사지나 해주고 그 돈으로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자토이치.하지만 칼놀림만은 신기(神技)에 가깝다.건달 협객들이 사방에서 칼을 날려도 육감으로 전광석화처럼 역공하는 주인공의 검술에 영화는 한동안 화면을 할애한다.
관객들을 가장 손쉽게 포섭해낼 수 있는 검술영화의 정서는 복수와 정의,의협심 등이 아닐까.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신분을 위장하고 사는 게이샤 자매를 만나고,자토이치는 묵묵히 그들의 복수를 도와준다.
고개를 모로 살짝 떨구고 눈살을 찡긋찡긋하는 기타노 특유의 표정은 맹인역할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때론 감상의 맥락이 뚝뚝 끊길 정도로 검술장면들은 비현실적이다.그럼에도 액션활극을 좋아하는 남성관객들은 시원시원한 검술 시퀀스에 아드레날린이 솟는 짜릿함을 느낄 듯하다.특히 마을사람들에게 전횡을 휘두르는 우두머리 칼잡이 긴조가 고용한 떠돌이 무사 하토리(아사노 타다노부)와의 막바지 대결장면들은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마치 무언극처럼 대사를 절제한 왜색 짙은 탐미적 화면도 ‘기타노 팬’들에게 포만감을 줄 만하다.기교없는 대사나 담백한 인물동선들은 최근 사무라이를 소재로 할리우드가 만든 ‘라스트 사무라이’나 ‘킬빌’하고는 확실히 다른 맛을 낸다.
가장 오락적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결론부의 메시지까지도 단순명쾌하게 잡았다.자토이치가 긴조 일당을 처단하자 온마을 사람들은‘살맛나는 세상’이 왔다고 축제를 벌인다.탭댄스 뮤지컬로 채워지는 막판 10여분의 축제마당은 영화의 백미다.
황수정기자 sjh@
2004-01-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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