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깨어나길” 고아·장애우들 간절/국민에 희망 준 첫 소방공무원 이영직씨 버스 치여 의식잃어

“어서 깨어나길” 고아·장애우들 간절/국민에 희망 준 첫 소방공무원 이영직씨 버스 치여 의식잃어

입력 2004-01-25 00:00
수정 200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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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목숨은 건졌습니다.”

서울 강남소방서 응급구조사 이영직(52)씨의 부인 박정미(47)씨는 24일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이씨를 바라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씨는 23일 오전 9시 설날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강남구 대치동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눈길에 미끄러진 버스에 얼굴을 부딪혔다.부인 박씨에게 “일이 많아 밥도 못 먹었어요.밥먹고 큰댁 세배 가야지.”라는 짧은 통화를 마친 직후였다.병원측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감각 저하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1년 7월 소방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정부가 선정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사람들’로 뽑혔다.지난 2000년부터 강남구 세곡동 한 장애인 수용시설을 찾아 베푼 선행 때문이다.무허가 비닐하우스인 이곳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7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이씨는 한달에 두세번 이곳을 찾아 목욕과 세탁 등 궂은 일을 해 왔다.그린벨트로 상수도 허가가 나지 않아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소방관들과 소방차로 물을 공급하기도 했다.비번인 날에는 부인 박씨와 함께 고아원·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머리도 깎아 주고,자동차·보일러도 고쳐 줬다.

이씨가 봉사 활동을 나가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장애인 공동체 은혜동산 원장 고덕희(55)씨는 사고소식을 듣고 “이씨는 한달에 한번씩은 꼭 찾아오던 사람”이라면서 “내가 비록 양다리를 못써서 움직이는데 불편하지만 꼭 병문안을 가보겠다.”고 말했다.같은 소방서의 허윤수(34) 소방관은 “항상 솔선수범하는 맏형이었는데 사고 전날에는 유난히 사고가 많아 19차례나 출동하면서 잠을 한두 시간밖에 못잤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2004-01-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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