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침묵 배우기

[길섶에서] 침묵 배우기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4-01-17 00:00
수정 200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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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한 저녁자리.한 녀석이 요즘 정치판 얘기를 꺼내자 서로 앞다퉈 상대편의 말꼬리를 끊으며 목청을 돋운다.다시 화제가 아이들 교육문제로 넘어가자 ‘말의 난장판’이 된다.상대가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자신이 하고픈 말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기세다.듣는 것보다 말하기를 앞세우는 것을 보니 어느덧 우리도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선배들의 수다나 잔소리에 짜증냈던 나 자신도 닮아가는 것일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군더더기 살이 붙으며 둥글게 바뀐다.젊은 시절의 예리함보다는 한걸음 물러서서 사물을 크게 관조하라는 뜻이리라.그러기 위해서는 내 말을 하기에 앞서 남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모든 화(禍)가 입에서 나온다는 고사성어나 옛 성현의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을 많이 해 득볼 것이 없는 게 요즘 세상이다.

갈수록 말이 많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올해의 목표를 ‘침묵 배우기’‘짜증내지 않고 남의 말 듣기’로 정해본다.새해마다 세운 계획처럼 공염불에 그칠지라도.

우득정 논설위원

2004-0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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