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성냥이라도 끝까지 만들어야죠”/‘폐업위기’ 국내 마지막 공장 성광성냥 손진국 사장

“하찮은 성냥이라도 끝까지 만들어야죠”/‘폐업위기’ 국내 마지막 공장 성광성냥 손진국 사장

입력 2004-01-09 00:00
수정 200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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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성냥공장인 ‘성광성냥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진국(68·경북 의성군 의성읍 보동2리)사장은 신년들어 더욱 괴롭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씨 아줌마는 내일부터 쉬시고 오씨 아줌마와 나머지 분은 며칠간 비번을 해야겠습니다.”

“……”

8일 오후에도 손 사장은 내키지 않은 침통한 회의를 열어야 했다.그러나 대꾸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회사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손 사장은 말없이 돌아서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다.160명이 일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성광성냥공장 종업원은 현재 28명.이 가운데 남자는 4명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50∼60대 아줌마들이다.남자들은 성냥개비용 원목을 깎다가 주문이 오면 황급히 배달일에 나선다.아줌마들은 하루종일 성냥개비에 두약(화약)을 찍어붙인다.이들이 받는 월급은 70만원 안팎.그러나 불평불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손 사장은 이들의 고운 마음과 열심히 일하는 정성 때문에 매년 발생되는 적자도 감수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꾸려나갈 재간이 없다.포켓용 작은 성냥갑은 갑당 18원,다방용 미닫이 성냥갑은 100원을 받아 월 20만갑 정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작년만 하더라도 4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이미 5년째 똑같은 수치다.

손 사장은 요즘 50년 동안 이끌어온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국내 유일의 성냥공장이라는 자부심도 접어야 할 처지다.70년대 후반부터 성냥산업은 급속한 사양길을 걸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2∼3개의 동종업체마저 지난해를 고비로 모두 문을 닫았다. 1954년 18살에 자신의 성냥공장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지금껏 평생업으로 살아온 손 사장은 “한때는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로 국민에게 사랑을 받지 않았느냐.”며 애써 위안을 삼았다.

김문기자 km@
2004-01-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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