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세훈 의원의 용기있는 퇴장

[사설] 오세훈 의원의 용기있는 퇴장

입력 2004-01-07 00:00
수정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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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를 꿰뚫는 상식은 잘한 자는 칭찬받고,잘못한 자는 질책받아야 한다는 것이다.또 잘한 자는 겸손해야 하고,잘못한 자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적반하장(賊反荷杖)에다 오불관언(吾不關焉)인데,왜 그 몫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하는가.

한나라당의 오세훈 의원이 6일 제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일반적인 분류로 보자면 오 의원은 한나라당의 소장개혁파 의원이다.평가에 있어서도 의정활동 성적이 나쁘지 않고,시중에 나도는 물갈이 대상도 아니고,부패와 연루된 의혹도 없다.그래서 오 의원의 자진사퇴는 정치권의 풍토로 볼 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오 의원은 불출마의 변으로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으나,오히려 상실을 경험했다.”면서 “부끄러운 입으로 선배들에게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부끄럽다.”고 말했다.본인의 기준에서 이런 얘기를 했겠지만 듣는 사람도 부끄러워 해야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오 의원의 말처럼 부끄러워하고,반성하고,“내 탓이오.”하면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물갈이 얘기만 나오면 온통 세상이 그릇되는 양 신경질적인 반응이고,기득권을 건드리면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아직도 부정부패와 관련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정치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부패 혐의로 숱하게 검찰의 출두요구를 받고 국회에 체포동의안까지 제출됐던 의원들 가운데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물의만 빚어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공인들이 오히려 ‘명예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그렇게 비난받으면서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불체포특권이나 누리는 것이 그들의 행태다.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공감을 얻고,눈길을 끄는 것은 오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도 있지만,진정 정치권를 떠나야 할 정치인들이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는 사실을 남은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4-01-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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