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명문’ 현대 선수들은 KCC로부터 빌린 숙소와 체육관을 비워줘야 하는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에도 연습에 열중했다.그러나 서로를 독려하던 ‘파이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미소없는 얼굴로 이영주 감독을 힐끗힐끗 쳐다볼 뿐이었다.이 감독은 차마 선수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총 30억원의 후원금 등을 지원해온 KCC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뒤 고심해온 끝에 내년 1월3일부터 삼천포와 마산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했다.말이 좋아 전지훈련이지 ‘유랑생활’이나 다름없다.숙소가 없고,호텔에 묵을 돈도 없어 여관을 전전해야 한다.연습장은 지역 여고팀에 ‘구걸’해야 할 판이다. 이 감독은 “KCC측의 재고 여지는 없는 것 같다.”면서 “일단 너무나 춥고 매정한 서울을 떠나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구단 관계자는 “1월27일 개막하는 겨울리그를 위해 수도권에 임대 숙소를 알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KCC로부터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아 이번 사태가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는 하지만,겨울리그의 평양 개최를 야심차게 준비해 온 현대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구단주인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북측과 세부사항을 합의하기 위해 30일 금강산으로 떠났다. 선수들의 허탈감은 더하다.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선수진(전 신세계)과 박선영(전 삼성생명)이 “돈도 필요 없다.무조건 현대에서 뛰고 싶다.”며 팀에 가세하는 등 이번에는 반드시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선수들 모두가 다짐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KCC는 스폰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홍보효과 미비와 남자팀 육성 등을 들었다.그러나 농구인들은 KCC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KCC와 현대의 ‘경영권 다툼’이 더 큰 이유로 보고 있다.애꿎은 여자농구단이 ‘유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여자농구단을 난초처럼 아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지극 정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엄정한 시장논리만을 들이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다.쫓겨나는 마당에서도 “그동안 지원해 준 KCC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착한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정말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이창구 기자 window2@
“따뜻한 남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총 30억원의 후원금 등을 지원해온 KCC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뒤 고심해온 끝에 내년 1월3일부터 삼천포와 마산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했다.말이 좋아 전지훈련이지 ‘유랑생활’이나 다름없다.숙소가 없고,호텔에 묵을 돈도 없어 여관을 전전해야 한다.연습장은 지역 여고팀에 ‘구걸’해야 할 판이다. 이 감독은 “KCC측의 재고 여지는 없는 것 같다.”면서 “일단 너무나 춥고 매정한 서울을 떠나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구단 관계자는 “1월27일 개막하는 겨울리그를 위해 수도권에 임대 숙소를 알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KCC로부터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아 이번 사태가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는 하지만,겨울리그의 평양 개최를 야심차게 준비해 온 현대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구단주인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북측과 세부사항을 합의하기 위해 30일 금강산으로 떠났다. 선수들의 허탈감은 더하다.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선수진(전 신세계)과 박선영(전 삼성생명)이 “돈도 필요 없다.무조건 현대에서 뛰고 싶다.”며 팀에 가세하는 등 이번에는 반드시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선수들 모두가 다짐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KCC는 스폰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홍보효과 미비와 남자팀 육성 등을 들었다.그러나 농구인들은 KCC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KCC와 현대의 ‘경영권 다툼’이 더 큰 이유로 보고 있다.애꿎은 여자농구단이 ‘유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여자농구단을 난초처럼 아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지극 정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엄정한 시장논리만을 들이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다.쫓겨나는 마당에서도 “그동안 지원해 준 KCC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착한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정말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이창구 기자 window2@
2003-12-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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