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민주적 틀에 대한 합의

[열린세상] 민주적 틀에 대한 합의

이남영 기자 기자
입력 2003-12-30 00:00
수정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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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없어져 가고 있다.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사회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고 국민은 비전없이 표류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 정치권은 자기반성을 철저히 하기보다는 다가온 총선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민심이 흉흉하다.이러니 웃는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기적을 창출한 저력이 있다.전쟁의 폐허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정보화 시대에 무역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불과 반세기전 후진국의 반열에 서있던 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해 성공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기적의 나라가 요즈음 휘청거리고 있다.

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 못할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정치개혁 추진 방식에 있다.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정치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실패해 왔다.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의 대통령직이 통합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분열의 상징으로 전락되어가고 있다.왜 그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중요한 이유는 민주적인 기본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없이 무리하게 정치개혁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면 기본적인 민주적 틀이란 무엇인가? 민주적인 틀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정치체계 구성요소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다.권력은 스스로 증대하려는 경향을 갖는다.따라서 제한받지 않는 권력은 무한권력으로 치달을 수 있고,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민주주의의 출발점은 강한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장치의 마련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정치체계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제대로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정치개혁의 방향은 약한 의회를 강한 의회로 전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은 행정주도형 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정치의 영역을 고사시켜 왔다.그리고 소위 정치실세들은 만성적인 정치불신,냉소주의에 등을 대고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를 몰아왔다.권력을 소유한 자의 편에서는 아주 달콤한 여행이었다.그러나 일단 권력을 놓고 나면 엄청난 재앙을 만나게 된다.안전장치 없는 기관차를 몰아왔기 때문이다.의회를 살려내야 한다.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이다.국민대표들이 국가살림의 주역인 행정부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국민의사가 굴절없이 정치체계에 반영되어 정치체계가 최상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최선의 방법은 정치과정에 국민참여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국민의사를 표출하고 집합하는 기능을 가진 정당이 활성화되어야 한다.허수 정당원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진성당원들에 의해 정당이 운영되어야 한다.국민참여를 통한 상향식 공천과정,진성당원의 책임과 권한강화 등이 정치개혁의 중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작지만 강한 정당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정치개혁은 성급하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우리 국민은 항상 개혁을 지지해 왔으며,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들은 정치개혁,정당개혁,의회개혁,재벌개혁,언론개혁 등 개혁 프로그램들을 제시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아무리 좋은 약도 성급하게 많이 먹는다고 몸에 좋은 것이 아니듯이,개혁주도 세력들이 성급하게 개혁을 진행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이다.궁극적으로 국민이 변해야 정치가 변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정치개혁의 완성도는 국민의식 변화에 비례한다.국민의식 변화의 속도는 결코 빠를 수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교훈이다.성급한 개혁마인드는 결국 계도민주주의나 포퓰리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기대한다.새해부터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국가를 관리해달라는 것이다.그리고 정치개혁의 문제를 원칙에 대한 합의부터 진솔하게 진행시켜 나갔으면 한다.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반대하는 사람도 없다.자신감을 가지고 순리대로 개혁의 문제를 다루어 나간다면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지지를 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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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 영 숙명여대교수 정치학
2003-12-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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