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건조사 때 범죄 수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받는 ‘지문날인’이 일관된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경찰조사를 받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문날인이 강요되지만,일부의 경우 ‘윗선’의 지시로 지문날인이 생략되고 있다.이에 따라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지문날인 자체를 폐지하거나 합당한 원칙을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원칙없는 지문날인
경찰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주장하며 불법 시위를 벌인 30명을 연행,서울 6개 경찰서에서 5명씩 분산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변호사와 상의해 진술조서 등 수사기록에 대한 지문날인을 거부하자 즉심 절차없이 이례적으로 모두 풀어줬다.한 경찰서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십지지문’을 떠와 신원을 확인했다.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담당 검사와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아 석방했다.”면서 “이들이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과 여권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문날인이 아니더라도 신원을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대다수 피조사자들은 경찰서에서 지문날인을 강요받고 있다.얼마전 S건설회사 노조원들은 노조전임비 관련 분쟁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 지문날인을 했다.노조전임자 A씨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에 거부했지만,경찰에서 ‘즉결심판에 회부돼 구류를 살 수 있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지문날인했다.”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는 게 두려웠다.”고 밝혔다.
●위헌 논란 가열
이와 관련,인권운동가들은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 행해지는 ‘지문날인’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지문날인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지문날인에 대해 규정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2호(지문채취불응)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신원확인서류에 지문날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이와 관련,지난해 9월 서울지법은 경찰서내 지문날인은 영장주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해놓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앞 불법 시위로 연행됐던 ‘지문날인반대연대’ 소속 회원 윤현식씨는 “수사 편의를 위해 법원의 영장도 없이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신분증 위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신분증만 믿고 사건을 처리했다가는 억울한 사람이 전과를 갖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문날인은 곧 인권침해’라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일선 경찰도 무대책 푸념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최근 지문날인 지침이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에 협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지문날인 절차를 원칙 없이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현 시스템으로는 경찰청과 검찰 등 상부의 눈치를 보며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갈수록 지문날인에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지문날인을 폐지하든 아니면 공평한 원칙을 세우든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whoami@
●원칙없는 지문날인
경찰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주장하며 불법 시위를 벌인 30명을 연행,서울 6개 경찰서에서 5명씩 분산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변호사와 상의해 진술조서 등 수사기록에 대한 지문날인을 거부하자 즉심 절차없이 이례적으로 모두 풀어줬다.한 경찰서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십지지문’을 떠와 신원을 확인했다.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담당 검사와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아 석방했다.”면서 “이들이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과 여권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문날인이 아니더라도 신원을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대다수 피조사자들은 경찰서에서 지문날인을 강요받고 있다.얼마전 S건설회사 노조원들은 노조전임비 관련 분쟁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 지문날인을 했다.노조전임자 A씨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에 거부했지만,경찰에서 ‘즉결심판에 회부돼 구류를 살 수 있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지문날인했다.”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는 게 두려웠다.”고 밝혔다.
●위헌 논란 가열
이와 관련,인권운동가들은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 행해지는 ‘지문날인’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지문날인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지문날인에 대해 규정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2호(지문채취불응)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신원확인서류에 지문날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이와 관련,지난해 9월 서울지법은 경찰서내 지문날인은 영장주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해놓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앞 불법 시위로 연행됐던 ‘지문날인반대연대’ 소속 회원 윤현식씨는 “수사 편의를 위해 법원의 영장도 없이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신분증 위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신분증만 믿고 사건을 처리했다가는 억울한 사람이 전과를 갖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문날인은 곧 인권침해’라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일선 경찰도 무대책 푸념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최근 지문날인 지침이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에 협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지문날인 절차를 원칙 없이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현 시스템으로는 경찰청과 검찰 등 상부의 눈치를 보며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갈수록 지문날인에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지문날인을 폐지하든 아니면 공평한 원칙을 세우든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whoami@
2003-12-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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