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정치판, 부숴야 새로 난다

[이경형 칼럼] 정치판, 부숴야 새로 난다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3-12-11 00:00
수정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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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기성 정치체제가 해체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이러한 흐름의 추동력은 ‘돈 정치’‘돈 선거’에 대한 단죄로부터 탄력을 받고 있지만,그 파장은 정당 내 낡은 인물의 퇴출 등 정치인 세대 교체에서부터 선거법·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 입법과 제도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넓게 확산될 조짐이다.

검찰은 여야 대선 자금,특히 한나라당의 수백억원에 달하는 불법 선거 자금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가하고 있다.검찰이 국민의 공감 속에 정당의 대선 자금을 엄정하게 수사한다면 기업의 비자금-불법 정치자금으로 고질화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특검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수사를 철저하게 펴 ‘성역’이 없음을 보여주면,최고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실세(實勢)’의 발호도 억제될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공천 물갈이 압력이 증폭되는 가운데 다선 의원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이에 반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당수 중진 의원들은 분권형 대통령제개헌 추진과 함께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을 뒤늦게 주장하고 있다.그동안 정당 개혁 문제에 관해 거의 목소리를 안 내던 이들이 쫓기듯이 성명을 내는 것을 보면 ‘물갈이’ 수준이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다.

기존 정당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이달 들어 언론기관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내 제1,2,3당의 지지도가 모두 20%미만 또는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으며,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1987년 대선이후 고착되어온 지역주의 기반의 정당 구도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원내 과반수 의석의 한나라당이 국민의 20% 지지도 못 받는다는 것은 바로 낡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새해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폐회한 데 이어 10일 열린 임시국회 앞에는 예산안 이외에도 각종 법안 및 동의안이 산적해 있다.더욱이 정부가 각종 비리 혐의로 6명의 여야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제출해놓고 있어 이의 처리를 또 미룰 경우,16대 국회는 그야말로 ‘방탄(防彈)국회’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체포동의안 처리 여부는 정치권이 앞으로 낡은 정치를 스스로 청산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선행지표가 될 것이다.

검찰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가 한국정치의 낡은 소프트웨어를 부수는 단초를 제공할지는 모르나 그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정치권에 달려있다.한나라당이 LG로부터 150억원의 불법 자금을 트럭째 넘겨 받고도 먼저 잘못을 고백하기는커녕 편중 수사 운운하며 역공세를 펴는 것은 정말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치권이 앞으로 사는 길은 관행의 이름으로 체질화된 낡은 정치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부수고 업그레이드된 투명한 시스템으로 전면 개비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자금 조성에서 보듯이 장막에 가려진 이너서클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보스 정치의 잔재를 깨뜨려야 한다.국회의원들이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회기중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금배지 만능주의도 버려야 한다.

정치권이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시한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과 정책정당 지향 및 신진 인사의 정치권 진입을 촉진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각 정파가 기득권 유지에만 매달린다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17대 총선에서 기성 정치인들은 유권자들로부터 큰 저항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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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이사 khlee@
2003-12-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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