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40돌 ‘무역의 날’ 생각하며

[CEO 칼럼] 40돌 ‘무역의 날’ 생각하며

이태용 기자 기자
입력 2003-12-01 00:00
수정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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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공직에서 물러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정치·경제적 슬로건은 한마디로 ‘아시아적 가치’로 요약할 수 있다.가난한 농업국인 말레이시아를 총리 재임 22년 만에 세계 17위의 무역국으로 탈바꿈시켜 놓은 마하티르.그에게 있어 아시아인 특유의 근면성과 충성심 그리고 단결력이 최고의 가치로 비쳤던 것이다.

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근대화 과정이 우리나라와 흡사하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 만큼의 경제 발전을 이룬 데에는 말레이시아의 아시아적 가치에 필적할 만한 우리만의 ‘한국적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과연 그 가치는 무엇일까?

어제는 바야흐로 40돌을 맞은 무역의 날이었다.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흑자 규모를 각각 1920억달러와 135억달러로 전망했다.수출액은 사상 최대이며 흑자 규모도 1998년(390억달러)과 1999년(239억달러) 이후 세번째로 많은 것이다.

지난날 우리가 맨주먹으로 시작해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이면에는 1964년 수출 1억달러로 출발,지난해 세계 13위의 교역규모를 이룬 무역의 역할이 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올해만 해도 내수와 투자 부진에 환율 불안마저 겹쳐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은 수출뿐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프리카 오지에서부터 쟁쟁한 무역 경쟁력을 갖춘 선진시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무역인들의 투철한 근면성과 ‘하면 된다.’는 특유의 추진력이 각국의 무역장벽을 무너뜨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역에 몸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단순히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모든 거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우리나라가 무역 강국의 반열에 서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마하티르로 돌아가 보자.

마하티르 전 총리가 지난 22년간 추진해온 정책은 ‘크게 생각하기(Think Big)’다.‘자신이 작다고 느낄 때 때때로 상자 위에 서서 보라.’는 구체적 조언을 했을 정도로 그는 평소 시각의 전환을 강조했다.

말레이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빌딩을 짓고 매머드급 공항을 세운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정치·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지금은 그 명성을 좇아 국제물류 허브국을 향해 발돋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세계경제주의’가 기다리고 있다.지역경제 통합에 의한 ‘블록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이른바 ‘권역별 통합’이 세계의 무역 현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주어진 현실이 불리하다고 해서 움츠러들지 말고,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냈던 우리의 민족성을 떠올려 보자.

그럴 때마다 우리는 현실을 더 크게 생각하게 됐고,각 개인이 전체를 위하는 소명의식을 가져 지혜롭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에게 있어 ‘한국적 가치’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근면성뿐 아니라 내 나라까지 생각하는 열린 ‘큰 사고’라고 생각한다.바로 ‘한국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 무역인은 5대양6대주 곳곳에서 오늘도 신시장과 새 바이어 개척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태 용대우인터내셔널 사장
2003-12-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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