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뇌물 챙기러 출근한 울산시 계장

[사설] 뇌물 챙기러 출근한 울산시 계장

입력 2003-11-22 00:00
수정 2003-11-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두 달도 아니고 3년 동안 거의 매일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챙겨온 공무원의 꼬리가 잡혔다.이 공무원은 1998년 9월부터 2001년 8월까지 울산광역시 종합건설본부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일상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는 것이다.뇌물 수입이 한달 평균 2000만원에 달했고,7개의 차명계좌로 3억 4000만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그는 거의 매일 뇌물을 받아 무슨 부탁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를 기억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당시 울산시 종합건설본부에서는 계장만 뇌물을 챙긴 게 아니었다.하급직은 하급직대로 관련 건설업체에 편의를 제공해 주고 대가를 받아 챙겼다.울산 종합건설본부의 뇌물 사건은 아무래도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3년 동안 건설행정 실무자들이 뇌물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실을 상급자는 전혀 몰랐겠느냐는 것이다.주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건설 공사인들 제대로 시공되고 감리됐을 리 없건만 지휘 감독자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조직적인 뇌물 잔치가 하급직에서만 이뤄졌다고 매듭짓기엔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

또 뇌물이 일상적으로 건네지던 당시는 갖가지 게이트로 세상이 홍역을 치르고 있었지만 울산에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뇌물이 오갔다.아직은 정의감에 불타 있을 법한 40세 안팎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뇌물에 대해 법적 거리낌이나 양심적 부끄러움조차 없었다니 더욱 안타깝다.이쯤 되면 뇌물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또 행정적으로 상급자의 관리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부정부패의 구조적 토양을 바꿔야 한다.일부이지만 공직사회의 부패 뿌리가 워낙 깊어 총체적 노력 없이는 근절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3-11-22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