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현대그룹/아산·엘리베이터 분리 상선중심 재편가능성

쪼개지는 현대그룹/아산·엘리베이터 분리 상선중심 재편가능성

입력 2003-11-15 00:00
수정 2003-11-1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새우’가 ‘고래’를 제대로 삼킬 수 있을까.”

매출 2조원대의 KCC(금강고려화학)가 10조원대의 현대그룹을 계열 편입시키겠다고 밝혀 현대그룹의 장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KCC는 14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44.39%를 확보,현대그룹을 KCC그룹으로 편입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이렇게 되면 KCC그룹은 자산규모 2조 6720억원으로,재계서열이 37위에서 18위로 뛰어 오른다.

엘리베이터 주식매입과 현대그룹 계열편입 발표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지 불과 100여일 만이다.14일 지분현황을 밝힌 것도 현대그룹 접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KCC의 현대그룹 접수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한BNP파리바가 인수한 12.82%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지분변동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조사에 착수,결과에 따라서는 의결권을 제한받을 수도 있다.여기에 삼촌이 조카의 기업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회사를 집어 삼켰다.’는 여론의 비난도 만만치 않다.

●KCC와 현대그룹의 관계는

KCC측은 현정은 회장 체제를 당분간 바꾸지는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그의 역할을 엘리베이터 회장으로 국한하고 상선과 택배,아산,증권 등 나머지 계열사는 직접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부에서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현 회장도 퇴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그러나 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여론과 정씨 일가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당분간 회장 자리를 유지토록 하는 대신 계열기업의 경영진은 대폭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KCC쪽 출신이나 정 명예회장의 아들 중에서 계열사를 맡을 수도 있다.이런 형태라면 현대그룹은 이름만 ‘현대’일 뿐 사실상 KCC그룹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을 계기로 자동차와 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들이 떨어져 나간 현대그룹은 KCC 계열편입을 계기로 일부 계열사들이 추가로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KCC가 대주주가 됐지만 여론을 감안해 현 회장에게 엘리베이터를 떼어줄 수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계열 분리해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주는 대신 KCC는 엘리베이터가 갖고 있는 상선 지분(15.16%)을 인수해,상선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한다는 구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북사업 손떼나

KCC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며,대북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협의해 대북사업의 앞날을 결정하겠다.”고 말해 계열분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9월 이후 활기를 띠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에 이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경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어차피 대북사업은 독립경영을 해왔고,국가나 공공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접수 만만치 않을 듯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44.39%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보유 중인 12.82%가 포함돼 있다.이 주식은 보고의무 위반으로 금감원이 조사하고 있다.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매각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6개월간 의결권이 정지될 가능성도 크다.이 지분을 빼면 정 명예회장의 지분은 31.57%에 불과하다.여기에 중립적인 성격의 범 현대가 지분 13.1%를 빼면 지분은 18.47%뿐이다.김문희 여사의 지분 18.93%와 엇비슷하다.지분경쟁에 재돌입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찾아 올 수 있다.

결국 KCC의 현대그룹 접수는 금융당국과 범(汎) 현대가(家)의 결정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2003-11-15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