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개혁 제대로 하라

[시론] 정치개혁 제대로 하라

윤정석 기자 기자
입력 2003-11-12 00:00
수정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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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일 보도되는 ‘국회의원 중심의 정치개혁 논의’에 관해 전문가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입장을 정리해 보려 한다.개혁론자들은 지난날의 정치관련 제도를 모두 고치면 깨끗하고 정직하고 효율적인 돈 안 드는 정치가 된다고 한다.

현재 논의되는 정치개혁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첫째 선거에 관해 후보자가 돈을 못 쓰도록 선거운동의 완전 공영제,후원회 폐지,선거구제의 변경 등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되는 현재의 거대한 당 조직을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둘째 정치자금에 대해 지금까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기업으로부터 직접 받아온 정치자금을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나 특정 기구에 기업이 직접 기탁하게 하고 법인세의 1%를 국고보조금의 몫으로 쓰자고 한다.셋째 국회의원 선출방법으로 한 선거구에서 한 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나 선거구의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실시하자고 한다.

지금의 조직정당은 군사혁명 이후에 생긴 것이다.이를 고치려고 30년간 투쟁하던 세력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정권을 장악하면서 비록 여소야대를 이루긴 하였지만 권력 기반으로서의 당 조직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지구당 중심의 상향식 공천과 국민 경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그 지구당 제도를 유지해온 것이다.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지구당을 해체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당 중심의 풀뿌리 정치를 끝내겠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현재 정국에는 정치제도를 개벽(開闢)하려는 일부가 있는가 하면,지금의 제도를 혁파하려는 일부도 있다.양쪽 모두 현재의 정치적 혼란과 국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와 반성을 촉구한다.

이제 정당마저 구조조정을 하고 기구를 축소한다면 정당은 있어도 들어가 살 지구당이 없고,정치에 뜻이 있어도 후원회가 없는 젊은 ‘홈리스(homeless)’ 정치 지망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결국 지명도가 있는 늙고 목쉰 정치인만 남아서 또 당리당략으로 갈 것인가.정당이 계속해서 깨어져 가는 현실에 ‘정당의 호주제’마저도 없이 우리 당과 너의 당으로 갈라지면 유권자는 어느 당을 바라보고 어떻게 믿고 투표할 수 있겠는가.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당법 혹은 선거법이 정한조직이 없는 가상공간의 대중을 향해 우리의 정치는 달려갈 것인가.

최악의 제도개혁 조합은 이렇다.완전 공영제,지구당 폐지,그리고 중·대선거구제가 되는 경우다.현재 논의되는 개혁은 공천만 받으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선거구에 홈리스 후보자가 난무하여 30여명이 넘게 돼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게다가 다수의 후보자를 공천하는 당은 그 권력이 강화될 수 있다.또 한 가지,중·대선거구제에서 정당투표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최악이다.이는 이론적으로 같이 갈 수 없는 제도다.

지금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개혁의 구실을 다 열거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구실의 동기가 어디에 있든 이전보다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예측이 가능한 정치,자동적으로 정치인이 순환되는 제도,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정치자금의 갹출과 사용,그리고 세계화의 복판에 서 있는 우리 정치인이 다른 나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안정성과 기대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5년마다 대선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를보고 외국인은 혁명과 같다고 한다.한편으로 역동적이고 변혁적이라 좋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와 관련이 많은 보수적인 외국의 정객들은 우리 정부의 지도자를 믿을 수 없고,예측하기 어려운 태도 때문에 세계정세의 장래를 논의하는 마당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우리는 또 다시 ‘은자(隱者)의 나라(hermit nation)’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윤 정 석 중앙대 정외과 명예교수
2003-11-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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