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먹은 목표를 달성하고 은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누구나 큰 뜻을 품고 프로무대에 뛰어든다.하지만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벗어야만 한다.
●7년 6개월간 1014경기 연속출장
프로야구 200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철인’ 최태원(33·SK 내야수)은 동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서 한껏 부러움을 샀다.마음먹은 것을 이루고 떠나기 때문이다.지난 1993년 신인 2차지명 1순위로 프로야구 쌍방울에 입단한 그는 연속 출장기록 경신을 어렴풋이 목표로 가슴에 새겼고,95년 주전자리를 꿰차게 되자 그 뜻을 곧추 세웠다.
결국 그는 해냈다.95년 4월16일부터 지난해 9월10일까지 7년6개월에 걸쳐 1014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특유의 성실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 프로야구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한국 야구의 역사가 짧지만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어릴 때부터 근성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끈기가 필요한 이 기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즘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다.올 시즌 33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던 아쉬움 탓도,은퇴 후유증도 아니다.지난 10월25일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킨 소속팀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져 창단 첫 우승의 꿈을 끝내 접는 모습이 아직도 동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우기 위해 부상을 당해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잡았다.이 때문에 몸에 무리가 많이 왔다.야구선수에게 33세 은퇴는 비교적 이른 편이고,더구나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기록 세운 대신 선수생명 줄어들어
지난 8년간 많은 고비가 있었다.무엇보다 부상이 끊이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96년 LG전에서 왼쪽 손목이 공에 맞아 한동안 고생했다.손이 너무 부어서 글러브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악바리’라는 별명답게 진통제 주사를 맞고 출장했다.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98년에는 팔꿈치 인대를 다쳐 팔이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감수하며 시즌을 마쳤다.회복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결과적으로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출장한 것이 선수생명을 단축한 셈이 됐다.“영원히 야구선수를 할 것 같았는데….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습니다.결국 선택의 문제이니까요.”
그는 타고난 야구광이다.부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갖고 놀라고 글러브를 사줬다.“야구가 무조건 좋더군요.시간만 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거나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쳐 선수로 그라운드를 마음대로 뛰고 싶었다.당시 그가 다니던 문성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다.단식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모를 설득했다.뒤늦게 6학년 2학기 때 야구부가 있는 미성초등학교로 전학해 꿈에 그리던 선수가 됐다.그러나 운동선수로서는 키가 작아 후보로 맴돌았다.
태권도 선수로 한 체급을 10연패했던 아버지 최영열(58·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씨와 소프트볼 선수였던 어머니 양용자(57)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체력과 그만의 인내와 고집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은퇴를 결정한 뒤 “이젠 유니폼을 벗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복받치기도 했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어깨를 활짝 펴고 있다.
다음 목표는 지도자.내년 미국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예정이다.그래서 요즘 영어 개인교습을 받느라 분주하다.
글 김영중기자 jeunesse@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생년월일:1970년 8월19일
포지션:내야수(우투·우타)
체격:178㎝ 74㎏
별명:악바리,찐뜩이
경력:1989년 경희대 입학
1993년 쌍방울 입단
1995년 최다안타(147개)
1997년 골든글러브(2루수)
2002년 9월 연속출장 기록 중단(1014경기)
■최태원 기록의 의미
야구 기록 가운데 연속 출장 기록이 가장 깨기 힘든 것으로 꼽힌다.홈런 등 타격 기록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일시적인 부진에 빠져도 몰아치기로 만회할 수 있지만 연속 출장 기록은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는 ‘철인’이라는 찬사가 따라 다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연속 출장 기록은 2632경기(1982년 5월30∼98년 9월19일)로 칼 립켄 주니어(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세웠다.그는 아직도 미국 야구선수 가운데 가장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다.일본에서는 기누가사 사치오(전 히로시마)가 2215경기(70년 10월19∼87년 10월22일)에 연속으로 출전했다.
최태원의 기록(1014경기)은 미국과 일본에는 못미치지만 1000경기 이상 연속 출장 기록을 지닌 선수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6명뿐이라는 점에 견주면 의미가 크다.67년 역사의 일본에서도 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7년 6개월간 1014경기 연속출장
프로야구 200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철인’ 최태원(33·SK 내야수)은 동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서 한껏 부러움을 샀다.마음먹은 것을 이루고 떠나기 때문이다.지난 1993년 신인 2차지명 1순위로 프로야구 쌍방울에 입단한 그는 연속 출장기록 경신을 어렴풋이 목표로 가슴에 새겼고,95년 주전자리를 꿰차게 되자 그 뜻을 곧추 세웠다.
결국 그는 해냈다.95년 4월16일부터 지난해 9월10일까지 7년6개월에 걸쳐 1014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특유의 성실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 프로야구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한국 야구의 역사가 짧지만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어릴 때부터 근성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끈기가 필요한 이 기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즘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다.올 시즌 33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던 아쉬움 탓도,은퇴 후유증도 아니다.지난 10월25일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킨 소속팀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져 창단 첫 우승의 꿈을 끝내 접는 모습이 아직도 동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우기 위해 부상을 당해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잡았다.이 때문에 몸에 무리가 많이 왔다.야구선수에게 33세 은퇴는 비교적 이른 편이고,더구나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기록 세운 대신 선수생명 줄어들어
지난 8년간 많은 고비가 있었다.무엇보다 부상이 끊이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96년 LG전에서 왼쪽 손목이 공에 맞아 한동안 고생했다.손이 너무 부어서 글러브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악바리’라는 별명답게 진통제 주사를 맞고 출장했다.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98년에는 팔꿈치 인대를 다쳐 팔이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감수하며 시즌을 마쳤다.회복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결과적으로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출장한 것이 선수생명을 단축한 셈이 됐다.“영원히 야구선수를 할 것 같았는데….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습니다.결국 선택의 문제이니까요.”
그는 타고난 야구광이다.부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갖고 놀라고 글러브를 사줬다.“야구가 무조건 좋더군요.시간만 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거나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쳐 선수로 그라운드를 마음대로 뛰고 싶었다.당시 그가 다니던 문성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다.단식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모를 설득했다.뒤늦게 6학년 2학기 때 야구부가 있는 미성초등학교로 전학해 꿈에 그리던 선수가 됐다.그러나 운동선수로서는 키가 작아 후보로 맴돌았다.
태권도 선수로 한 체급을 10연패했던 아버지 최영열(58·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씨와 소프트볼 선수였던 어머니 양용자(57)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체력과 그만의 인내와 고집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은퇴를 결정한 뒤 “이젠 유니폼을 벗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복받치기도 했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어깨를 활짝 펴고 있다.
다음 목표는 지도자.내년 미국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예정이다.그래서 요즘 영어 개인교습을 받느라 분주하다.
글 김영중기자 jeunesse@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생년월일:1970년 8월19일
포지션:내야수(우투·우타)
체격:178㎝ 74㎏
별명:악바리,찐뜩이
경력:1989년 경희대 입학
1993년 쌍방울 입단
1995년 최다안타(147개)
1997년 골든글러브(2루수)
2002년 9월 연속출장 기록 중단(1014경기)
■최태원 기록의 의미
야구 기록 가운데 연속 출장 기록이 가장 깨기 힘든 것으로 꼽힌다.홈런 등 타격 기록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일시적인 부진에 빠져도 몰아치기로 만회할 수 있지만 연속 출장 기록은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는 ‘철인’이라는 찬사가 따라 다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연속 출장 기록은 2632경기(1982년 5월30∼98년 9월19일)로 칼 립켄 주니어(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세웠다.그는 아직도 미국 야구선수 가운데 가장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다.일본에서는 기누가사 사치오(전 히로시마)가 2215경기(70년 10월19∼87년 10월22일)에 연속으로 출전했다.
최태원의 기록(1014경기)은 미국과 일본에는 못미치지만 1000경기 이상 연속 출장 기록을 지닌 선수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6명뿐이라는 점에 견주면 의미가 크다.67년 역사의 일본에서도 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2003-1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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