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새 3명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막막한 생계와 주변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었다.전문가들은 지금의 통제와 격리 위주의 에이즈 대책으로는 매년 400명안팎씩 발생하는 신규 감염인을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감염 40대 2명 또 자살
30일 오전 3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피스텔에서 홍모(46)씨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사촌동생 김모(34)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관해 왔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홍씨는 4년전 사업차 일본을 방문했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뒤 3년 전부터 구청 보건소의 특별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6월에도 음독자살을 하려다 김씨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김씨는 “형을 괴롭힌 것은 신체적 고통보다 외로움과 상실감이었다.”고 말했다.
29일 광주에서 병원을 탈출한 감염인 장모(41)씨도 30일 낮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앞서 지난 22일에는 부산에서 50대 감염인이 목숨을 끊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는 2405명의 에이즈 감염인이 발생했다.올해 새로 감염된 사람만도 398명에 이른다.
●에이즈 관리체계 문제 있다
에이즈에 감염되면 시·도의 보건소에서 3개월에 한번씩 면담해 건강상태와 주소지 이전 등의 근황을 조사받는다.에이즈 관리를 총괄하는 국립보건원에는 에이즈 전담부서가 없다.방역과 직원 2명이 에이즈와 성병,결핵 업무를 함께 담당한다.
감염인이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서울에서 에이즈 감염인을 진료하는 병원은 3곳 정도에 불과하다.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측이 대부분 에이즈 감염인의 진료를 기피한다는 점이다.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에이즈감염인 모임을 통해 만난 감염인 A씨는 “출입 사실이 알려지면 일반환자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병원이 에이즈 감염인을 받길 꺼린다.”고 말했다.
감염인의 생계문제도 심각하다.정부가 생활이 어려운 감염인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체 감염인의 13.1%인 236명에 그친다.감염인 B씨는 “지원을 받으려면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감염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에이즈란 질환의 특성상 스스로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 ‘에이즈 포비아’
에이즈로 인한 고통은 감염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에이즈퇴치연맹에는 한달에 1만명이 넘는 비감염인들이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에이즈예방협회 백승수 사회복지사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공중 화장실만 사용해도 에이즈에 감염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면서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불안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같은 증세가 심해지면 정신질환의 일종인 ‘에이즈 포비아(공포증)’로 발전된다.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을 의심해 10차례 이상 상담을 요청하는 비감염인이 전체 상담자의 40%에 이른다.1개월 이상 휴가를 얻거나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에이즈대책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국립보건원 신희영 역학조사담당관은 “강제적인 관리체제의 효과는 길어야 2∼3년”이라면서 “교육과 상담,의료 분야를 망라한 총체적 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한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는 “환자들이 생활할 호스피스 요양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감염 40대 2명 또 자살
30일 오전 3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피스텔에서 홍모(46)씨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사촌동생 김모(34)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관해 왔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홍씨는 4년전 사업차 일본을 방문했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뒤 3년 전부터 구청 보건소의 특별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6월에도 음독자살을 하려다 김씨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김씨는 “형을 괴롭힌 것은 신체적 고통보다 외로움과 상실감이었다.”고 말했다.
29일 광주에서 병원을 탈출한 감염인 장모(41)씨도 30일 낮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앞서 지난 22일에는 부산에서 50대 감염인이 목숨을 끊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는 2405명의 에이즈 감염인이 발생했다.올해 새로 감염된 사람만도 398명에 이른다.
●에이즈 관리체계 문제 있다
에이즈에 감염되면 시·도의 보건소에서 3개월에 한번씩 면담해 건강상태와 주소지 이전 등의 근황을 조사받는다.에이즈 관리를 총괄하는 국립보건원에는 에이즈 전담부서가 없다.방역과 직원 2명이 에이즈와 성병,결핵 업무를 함께 담당한다.
감염인이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서울에서 에이즈 감염인을 진료하는 병원은 3곳 정도에 불과하다.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측이 대부분 에이즈 감염인의 진료를 기피한다는 점이다.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에이즈감염인 모임을 통해 만난 감염인 A씨는 “출입 사실이 알려지면 일반환자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병원이 에이즈 감염인을 받길 꺼린다.”고 말했다.
감염인의 생계문제도 심각하다.정부가 생활이 어려운 감염인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체 감염인의 13.1%인 236명에 그친다.감염인 B씨는 “지원을 받으려면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감염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에이즈란 질환의 특성상 스스로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 ‘에이즈 포비아’
에이즈로 인한 고통은 감염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에이즈퇴치연맹에는 한달에 1만명이 넘는 비감염인들이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에이즈예방협회 백승수 사회복지사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공중 화장실만 사용해도 에이즈에 감염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면서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불안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같은 증세가 심해지면 정신질환의 일종인 ‘에이즈 포비아(공포증)’로 발전된다.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을 의심해 10차례 이상 상담을 요청하는 비감염인이 전체 상담자의 40%에 이른다.1개월 이상 휴가를 얻거나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에이즈대책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국립보건원 신희영 역학조사담당관은 “강제적인 관리체제의 효과는 길어야 2∼3년”이라면서 “교육과 상담,의료 분야를 망라한 총체적 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한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는 “환자들이 생활할 호스피스 요양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2003-10-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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