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코프] 파병논란속의 ‘경계인’

[인터넷 스코프] 파병논란속의 ‘경계인’

김동업 기자 기자
입력 2003-10-23 00:00
수정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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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가을바람이 을지로를 휘감는다.북한산 대남문 쪽에서 내려온 바람이 청계천을 사뿐하게 넘나드는 즐거움에 취해 을지로를 몇 바퀴씩 빙빙 도는 것만 같다.청계고가,삼일고가 밑을 지나노라면 괜스레 마주치는 행인들까지 먼지를 뒤집어쓴 인상으로 비쳐지던 게 엊그제 같다.그런데 어느덧 고가가 철거된 자리에 다시 솟아난 고색창연한 남대문세무서가 산뜻하게만 느껴진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이 멋진 카피처럼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의 외견적 성과는 꽤 훌륭하며 믿음이 간다.설령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정치인이 출마시 발표한 소신과 공약을 당선 후에 뚝심있게 실천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정치적 반대자 입장에서도 아름답게 보인다.나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반대했던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렇다고 이 시장의 추진력을 조금도 깎아내릴 수 없다.을지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고가 철거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는 바람에 약간 계면쩍을 뿐이다.

최근 이라크 추가파병이 결정되었다.그러나 여전히 논의는 혼란스럽다.파병의 규모및 성격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은 아직 명쾌하게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포털사이트 다음이 추가 파병이 결정된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만 6753명이 참여한 22일 오전 현재 전투병 추가 파병 찬성에 38.5%(비전투병 파병찬성 30.7%),파병반대 30.8%였다.1만 2161명이 참여한 중앙일보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잘된 결정이라고 답한 비율이 80.1%를 기록했다.반면 회원 4298명이 참여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설문조사에서는 파병반대가 72%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이 대부분 전투병 파병 반대쪽에 서 있고 노무현 대통령의 반대파가 파병 찬성 쪽에 서 있는 모습 역시 정상이 아니다.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인 노선과 정치철학의 부재 때문에 빚어지는 혼란이겠다.하지만 노선과 정치철학이 확고하다면 지지층과 유리된 정책결정이라든지 의외의 정치적 선택이 있을 수 없고 모든 정책이 선거 이전에 투명하게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의 출발점은 유권자의 투명한 선택을 위하여 “모든 정치인은 분명한노선과 확고한 정치철학을 갖자.”에 있다고 생각한다.‘선거승리’라는 미명하에 정치공학적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정치풍토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정치인은 극한적인 어려움 앞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할지언정 노선과 정치철학을 바꿀 방법이 없는 정치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절실한 것은 정치권의 강력한 추진력이다.일반 국민은 쟁점마다 경계에 서서 저울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그러나 정치인은 이러한 권리가 없다.정치인은 정치소신과 공약 그리고 추진력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국가존망이 걸린 현안일수록 온갖 어려움을 뚫고 자신의 정치소신을 관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자리에 따라 국익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국익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을 때 그 판단이라도 관철하는 것이 하지상이요,국민 일반여론의 풍향을 좇고 셈하여 대세에 따라가는 것은 말 그대로 하지하가 아닐까.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적 판단력이 떨어진 일반 국민들은 경계인(境界人),더나아가 이쪽도 기웃,저쪽도 기웃거리는 양서인(兩棲人)을 자처할 수도 있다.하지만 핵심정보를 독점하고 국익을 판단해야 하는 정치인은 소신과 책임을 다하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이 상지상이 아닐지라도 국민여론을 적극 선도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대규모 파병으로 결정되었다면 하루속히 청사진을 발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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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업 인터파크 사업지원본부장
2003-10-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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