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변명

[길섶에서] 변명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10-21 00:00
수정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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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덜 떨어진 인간이 있었다.젊은 시절을 허송 세월한 탓에 변변한 직장도 없었다.하루종일 방구석에 누워 빈둥대며 소일했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도 어느덧 바닥이 났다.짜증만 나고 인생은 갈수록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일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치솟곤 했다.

어느 날 꿈같은 일이 생겼다.갑자기 일거리가 나타난 것이다.죽었다가 살았다는 마음에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그러자 일거리가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돈도 조금씩 모이면서 세상 사는 맛도 느끼게 됐다.일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돈은 쌓여갔다.어느 날 문득 이러다간 일에 치여 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갑자기 돈도 싫어졌다.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천석지기는 천가지의 걱정을,만석지기는 만가지의 걱정을 안고 산다고 했다.높고 화려한 만큼 삶의 무게도 무겁다는 뜻이리라.탐욕이 고개를 치켜들 때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떠올리는 생각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3-10-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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