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정치다.재신임은 고비마다 정치적 승부수로 상황을 돌파하고,안 되면 한동안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무현 승부정치의 결정판이다.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회한섞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다시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참여정부에 암운이 드리워지자 승부사의 칼집에서 꺼내든 초강수다.
노 대통령은 아주 멀게는 YS의 3당통합에 반기를 든,가깝게는 지난 대선때 국민경선으로 어렵게 쟁취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정몽준 의원의 단순 여론지지도와 맞바꾸는 승부수를 거리낌없이 던진 비주류의 정치인이다.어찌 보면 잃을 게 별로 없는 단신(單身)의 지도자다.그러다 보니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으로 인정이나 해주었느냐.”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혼돈은 권력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예고된 불상사다.권력경험의 새내기들이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은 정치적 상승작용을 일으킨 촉매제일 뿐본질은 아니다.‘대통령 사람들’을 둘러싸고 제기된 끝없는 부패 연루 의혹이 촉발요인이다.최측근인 최 전 비서관이 대선이 끝난 지 며칠 뒤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위기가 비등점을 넘어선 절체절명의 국면이 되어버린 셈이다.
집권초기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로서는 사면초가인 현 상황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는 억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헌법에도 없는 재신임을 공표한 것에서 소수정권의 한계에 항거하고 싶은 복잡한 심사가 묻어나온다.
작금의 위기는 정치입문 이후 거의 영일이 없었던 노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별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권력의 향유와 맞닥뜨리게 된 데 1차적 원인이 있다.도덕성이 무너지면 단 하루도 정권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가슴에 새기지 못하고 청와대에 입성한 결과이다.말로는 ‘정권이 순수성을 잃으면 끝장’이라고 숱하게 되뇌었으나 행동이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아닐는지.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의 일이다.풀기자단(대표 취재)에서 순서가 되어행사장을 취재하다가 어쩌다 김대중 대통령과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고생한다.”거나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는 체를 하는 몇몇 기자들이 있었다.야당 총재때부터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취재해온 기자들이라 오늘은 무슨 기사를 썼는지,심지어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그러다가 청와대 안에서부터 “어느 기자가 총애를 받고 있다.”느니,“영향력이 가장 센 것 같다.”느니 하며 구설이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다.혹 김 대통령이 행사중에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정인에게 각별히 관심을 나타내거나 애정을 표시하면 그 사람 주변으로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확인할 길은 없었지만,입소문이 기자들 귀에까지 닿았으니 사실이었음에 틀림없다.그 후 김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누구에게도 눈에 띄는 관심표시를 하지 않았다.그저 의례적인 악수와 인사로 일관했던 기억이 난다.
권력의 메커니즘이란 이런 것이다.출입기자와 한낱 초청인사들도 이럴진대,대통령의 사람들은 어떻겠는가.대통령을 독대(獨對)한 것도 아니고,의전행사에 한차례 참석한 대통령 지인에게까지 선을 대려고 야단인 것이 권력이 지닌 마력이다.권력에 취해 깜박했다간 저도 모르게 청주 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 권력의 메커니즘이다.
권력은 안으려 들면 형해(形骸)도 없이 태워버린다.등을 지고 똑바로 설 때 자유롭다.대통령의 사람들이 이번 일로 권력의 달콤함을 경계하게 된다면 참여정부의 미래를 위해 ‘재신임’을 묻는 결단 못지않은 ‘보약’이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양 승 현 논설위원 yangbak@
노 대통령은 아주 멀게는 YS의 3당통합에 반기를 든,가깝게는 지난 대선때 국민경선으로 어렵게 쟁취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정몽준 의원의 단순 여론지지도와 맞바꾸는 승부수를 거리낌없이 던진 비주류의 정치인이다.어찌 보면 잃을 게 별로 없는 단신(單身)의 지도자다.그러다 보니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으로 인정이나 해주었느냐.”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혼돈은 권력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예고된 불상사다.권력경험의 새내기들이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은 정치적 상승작용을 일으킨 촉매제일 뿐본질은 아니다.‘대통령 사람들’을 둘러싸고 제기된 끝없는 부패 연루 의혹이 촉발요인이다.최측근인 최 전 비서관이 대선이 끝난 지 며칠 뒤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위기가 비등점을 넘어선 절체절명의 국면이 되어버린 셈이다.
집권초기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로서는 사면초가인 현 상황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는 억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헌법에도 없는 재신임을 공표한 것에서 소수정권의 한계에 항거하고 싶은 복잡한 심사가 묻어나온다.
작금의 위기는 정치입문 이후 거의 영일이 없었던 노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별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권력의 향유와 맞닥뜨리게 된 데 1차적 원인이 있다.도덕성이 무너지면 단 하루도 정권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가슴에 새기지 못하고 청와대에 입성한 결과이다.말로는 ‘정권이 순수성을 잃으면 끝장’이라고 숱하게 되뇌었으나 행동이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아닐는지.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의 일이다.풀기자단(대표 취재)에서 순서가 되어행사장을 취재하다가 어쩌다 김대중 대통령과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고생한다.”거나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는 체를 하는 몇몇 기자들이 있었다.야당 총재때부터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취재해온 기자들이라 오늘은 무슨 기사를 썼는지,심지어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그러다가 청와대 안에서부터 “어느 기자가 총애를 받고 있다.”느니,“영향력이 가장 센 것 같다.”느니 하며 구설이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다.혹 김 대통령이 행사중에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정인에게 각별히 관심을 나타내거나 애정을 표시하면 그 사람 주변으로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확인할 길은 없었지만,입소문이 기자들 귀에까지 닿았으니 사실이었음에 틀림없다.그 후 김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누구에게도 눈에 띄는 관심표시를 하지 않았다.그저 의례적인 악수와 인사로 일관했던 기억이 난다.
권력의 메커니즘이란 이런 것이다.출입기자와 한낱 초청인사들도 이럴진대,대통령의 사람들은 어떻겠는가.대통령을 독대(獨對)한 것도 아니고,의전행사에 한차례 참석한 대통령 지인에게까지 선을 대려고 야단인 것이 권력이 지닌 마력이다.권력에 취해 깜박했다간 저도 모르게 청주 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 권력의 메커니즘이다.
권력은 안으려 들면 형해(形骸)도 없이 태워버린다.등을 지고 똑바로 설 때 자유롭다.대통령의 사람들이 이번 일로 권력의 달콤함을 경계하게 된다면 참여정부의 미래를 위해 ‘재신임’을 묻는 결단 못지않은 ‘보약’이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양 승 현 논설위원 yangbak@
2003-10-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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