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재신임’ 선언 / 외국 사례

盧대통령 ‘재신임’ 선언 / 외국 사례

입력 2003-10-11 00:00
수정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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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이 국민 투표 등을 통해 스스로 재신임을 요구한 사례는 대통령제 아래 선진국에선 국히 드물다.

다만 정정이 불안정한 제3세계나 정치적 후진국에서는 그러한 전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국민투표를 국면 전환 카드로 삼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드골 국민투표로 승부수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서방 선진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신임을 물은 경우는 프랑스가 효시다.1968년 5월 사태 이듬해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수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는 제5공화국 헌법이 임기 7년(현재 5년으로 축소 조정)의 대통령이 중임과 함께 언제든 자기 뜻을 거스르는 의회를 해산해 국민의 재신임을 묻는 권한을 보장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1∼4공화국 아래 만성적 내정 불안에 시달리던 프랑스 국민이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몰아줬던 것이다.

물론 드골 자신도 국민투표에서 패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사실 여부를 제쳐두더라고 점성술을 믿었던 것으로 알려진 드골이 점성가인 모리스 바세 예비역 소령의“불리하다.”는 조언조차 무시하고 국민투표를 강행했다는 비화가 있을 정도다.어쨌든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자 군말없이 깨끗이 물러나 “역시 드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에서 무소불위의 대통령의 권한이 일정부분 제한되고,의회가 위신을 회복했다.대통령에게는 외치를 비롯한 장기적 국정구도 운영에 전념토록 하고,총리에게는 잡다한 인사 및 국정업무를 관할토록 하는 독특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프랑스 국민으로선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다.

●3세계·후진국선 전례 많아

구 소련이 붕괴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임한 뒤 권좌에 오른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공산계 등 러시아판 보수세력이 자신의 개혁드라이브에 계속 딴죽을 걸자 회심의 카드를 빼들었다.93년 4월 비상통치와 개혁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국민투표에서 옐친은 재신임을 얻었지만,절반의 승리에 불과했다.당초 목표였던 의회 해산에 필요한 표를 획득하지 못하는 등 정치불안 요인을 말끔히 제거하는데 실패한 것이다.외견상으로는 일단 성공적 정국 돌파 카드로 국민투표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파키스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반대세력의 공세에 직면,지난해 5월 대통령 임기 5년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그러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한데다 야당측이 국민투표가 조작과 사기 등 조소거리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는 바람에 계속 집권의 명분에는 상당부분 금이 갔다.

집권자의 자의가 아니라,반대세력 등으로부터 거꾸로 재신임 투표를 요구받는 사례도 없지 않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올해초까지도 줄곧 정적들로부터 조기 퇴진과 재신임 투표 중 양자택일을 요구 받았다.

반대세력들은 두 달 이상이나 베네수엘라의 핵심산업인 석유산업의 총파업 투쟁을 감행했지만,차베스 대통령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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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기자 kby7@
2003-10-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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