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파병은 헌법에 합치하는가

[시론] 파병은 헌법에 합치하는가

이경주 기자 기자
입력 2003-10-10 00:00
수정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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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그런데 파병과 관련한 다양한 주장 중 베트남 파병 때와 달리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파병이 우리 헌법과 배치된다고 하는 지적들이다.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헌법적 논의를 중심으로 파병문제에 접근하여 보고자 한다.

파병과 관련한 헌법론 중 대표적인 것은 파병이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군의 임무를 국토방위에 한정한 우리 헌법 제5조와 배치된다고 하는 지적이다.군대가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것은 1948년 헌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48년 헌법이 국군을 규정한 것은 1928년의 ‘전쟁포기에 관한 조약’ 이후 각국의 국군에 의한 각종 침략전쟁을 비합법화하는 흐름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연장선장에서의 군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여 외세침략을 받은 국가로서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두지만,그 임무를 침략전쟁에 동참하지 않는,국토방위에 전념하는 제한적인 군대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와 같은 연혁 및 헌법규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전통적인 문리해석의 방법에 따르더라도 국군을 해외에파병한다는 것은 그 군대의 성격이나 전쟁의 명분 여하를 떠나서 헌법 제5조를 필두로 하는 평화국가의 원리와 배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파병의 동기가 되는 한·미동맹의 현주소 역시 헌법원리와의 관계가 불분명하다.왜냐하면 국토방위의 임무를 규정한 헌법의 규정에 따른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집단적 방위’의 정신보다는 ‘개별적 방위’의 정신이 우리 헌법의 평화국가원리에 친화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그런데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태평양지역의 방위에 이끌려 나가거나 심지어 이역만리 중동의 이라크에서 미국의 이익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평화국가원리와의 대립각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른바 국익차원에서 헌법을 뒤로 하고 통수권자의 결단으로 파병을 한다하더라도 헌법원리와의 대립각은 여전히 날카롭기만 하다.우리 헌법 제74조는 군의 조직과 편성은 물론 군통수권 자체도 법률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도 해외파병의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국방부의 훈령에 불과한 ‘국군의 해외파병업무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그러다 보니 논란이 되고 있는 현지조사단의 구성이나 임무가 편향되어 절차의 투명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해외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만드는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파병에 따른 미국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을 명분을 헌법에서 찾고 있으며,파병을 위한 법률인 이른바 이라크지원법을 국회에서 만들었다고 한다.그러고도 신중을 기하기 위해 12차례에 걸쳐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파병과 관련한 객관적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민적 투명성을 제고하여 안보문제에 관한 국민적 참여를 활성화하여 볼 일이다.그런 의미에서는 파병을 위한 법률을 국회에서 제정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오히려 이미 우리 헌법 제72조가 규정하고 있는 국민투표부의권을 행사하여 보는 것도 참여정부다울 수 있다.그 과정에서는 파병뿐만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과 복구사업을 위한 비전투병 파견이라든가,민간 평화유지단의 모집 등헌법의 평화국가의 원리에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국가안위 및 한·미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제3의 길도 같이 논의하여 볼 일이다.

비록 외세침략을 당한 결과 우리 헌법이 무력에 의한 평화주의를 규정하고 있지만,국토방위에 그 임무를 한정한 군대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에 지금이야말로 돋보기를 들이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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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주 인하대교수 헌법학
2003-10-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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