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적벽가’ 리뷰/볼거리 많지만 ‘창극 정체성’ 아쉬워

‘삼국지 적벽가’ 리뷰/볼거리 많지만 ‘창극 정체성’ 아쉬워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3-10-07 00:00
수정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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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이 9월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 ‘삼국지 적벽가’는 한 편의 볼거리로는 손색이 없었다.

‘백만대군’이 맞붙는다는 ‘적벽가’의 스케일을 무대에서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그럼에도 김홍승의 연출은 무대 곳곳과 장면장면에서 관람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국수호의 상징성 짙은 안무도 극의 전개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벽가’가 처음부터 음악·연극·무용 등 공연예술의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악극을 표방했다면,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창극 ‘적벽가’가 국립극장이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창극의 정체성 찾기’에 부합했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창극의 바탕인 판소리는 크게 창(唱)과 발림,아니리로 이루어진다.창이 노래에 해당하는 소리라면 발림과 아니리는 액션과 대사에 해당한다.지난 2000년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ASEM)을 기념하여 한·중·일 합동공연이 열렸을 때를 기억한다.한국은 창극,일본은 가부키(歌舞伎),중국은월극(越劇)으로 ‘춘향전’을 한 무대에서 나누어 공연했다.가부키와 월극 배우들은 ‘춘향전’을 자신들만의 양식화된 창·발림·아니리의 틀에 끼워넣어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갔다.반면 우리 창극은 소리만 전통적일 뿐,발림과 아니리는 현대 연극에서 빌려온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번 ‘적벽가’에서는 발림과 아니리의 양식화가 필요하다는 ‘춘향전’의 교훈을 의식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오히려 창극의 연극화,종합무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적지않은 아쉬움이었다. ‘적벽가’는 ‘의미’보다는 ‘재미’를 추구했다는 느낌이다.관객을 유치하여 수입을 늘려야 성과를 인정받는 현재의 평가시스템을 모르지 않는다.그러나 지금은,다른 장르는 몰라도 창극만큼은 철저하게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과도기의 어려움을 국립극장조차 감수하지 않는다면,창극의 미래는 그리 밝아지지 않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2003-10-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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