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사이로 오싹한 등교길

흉가 사이로 오싹한 등교길

입력 2003-10-06 00:00
수정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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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동 영동여고가 있는 잠실 3단지에 들어서자 적막감이 감돌았다.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철거로 인적조차 드물었다.5층짜리 아파트 주변에는 깨진 창문 유리조각과 쇠파이프,각목 등이 나뒹굴었다.철쭉이 피었던 아파트 화단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아파트 바깥 벽은 ‘철거’‘XX’등의 문구가 붉은색과 검은색 스프레이로 어지럽게 휘갈겨져 있었다.빈 아파트에서는 노숙자가 소주병을 기울였다.단지 전체가 흉가였다.100여m를 더 들어가자 학교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단지 한 가운데 자리잡은 이 곳에서는 42학급 1550명의 학생이 한창 수업을 받고 있었다.

●불안에 떠는 학생들

매일 이 길을 따라 등하교해야 하는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2학년 김모(17)양은 “최근 등교 때나 하교 때 따라오는 부랑자 때문에 같은 반 친구가 공포에 떨었다.너무 무섭다.”고 했다.흉가로 변한 학교의 진입길 탓에 요즘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졌다는 2학년 오모(17)양은 “아예 여러 친구들과 함께 등교해야 안심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권용란(여)교감은 “학생들의 이같은 호소에 지난달부터 오후 5시 정규수업만 마치고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조합은 ‘줄다리기’,뒷짐진 교육청

불안한 등하교 및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 등 학생들의 피해는 4년 전에 예견됐었다.재건축조합은 출범에 맞춰 학교 및 서울시교육청과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비용 문제로 4년 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학교측은 재건축에 따른 학교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다른 곳으로 임시 이전하더라도 현 부지의 학교 신축비용은 조합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영동여고 하정 행정실장은 “학교 옆에 17∼22층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지반침하로 학교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조합 신현화 부조합장은 “조합에 신축 비용까지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신축 비용은 학교와 교육청이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최근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뒤늦게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인근 문정고교의 개교를 늦춰 이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재건축 비용에 대해서는 “학교와 조합측이 해결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교육청이 나서라”

문제는 이와 비슷한 학생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는데 있다.조만간 재건축에 들어갈 서울 강남의 잠실·주공 시영아파트 단지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는 강북 지역에서도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재건축에 따른 학생들의 예상 피해파악은 물론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청,조합측의 책임 떠넘기기에 잔뜩 화가 난 상태이다.박종순(45·여) 학교운영위원장은 “우선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청에 학교 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학부모대표 김기자(48·여)씨는 “당장 이달 말에 신입생 모집이 끝나면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문정고로의 임시 이전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면서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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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용구 서울시의원 “서울광장 사용기준, 행정편의 아닌 시민 중심으로 개선해야”

김재천기자 patrick@
2003-10-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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