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 독서의 계절을 맞아…

[젊은이 광장] 독서의 계절을 맞아…

염희진 기자 기자
입력 2003-10-04 00:00
수정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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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당연히 해야 할 독서도 ‘독서 주간’,‘독서의 계절’이라는 이름 아래 장려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짧게나마 주어지는 이 기간이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 읽는 책 한 권보다 공짜 정보지가 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아닌 마치 의무처럼 책을 읽어야만 하는 계절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은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최근 몇년 사이 각종 일간지에 책 섹션이 생기기 시작했고 TV에서도 앞다투어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그 중에서 문화방송 느낌표의 한 코너인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처럼 한번 소개되면 모든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심지어 대다수 서점에서는 다른 책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해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책을 베스트셀러에서 제외할 정도라고 하니 이처럼 놀라운 과열 현상을 매스미디어가 가지는 막강한 영향력만으로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다.

예전에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독서 실태를 설문 조사한 적이 있다.대부분의 학생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막상 읽고 싶어도 책을 읽기 힘든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책에 대한 선정기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TV 프로그램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석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책 선택의 부담을 대신 덜어주며 읽어야 될 책 목록을 시원스럽게 제시해주기 때문인 것이다.마치 두 손에 밥숟가락을 쥐어주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시청자들은 왠지 여기서 소개된 책만 읽으면 교양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은 되겠다는 안도감으로 책을 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읽어야 될 책 목록은 결코 절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철저히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내 인생을 변화시킨 한권의 책마저 미디어를 비롯한 외부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베스트 셀러’는 말 그대로 책의 판매 부수만을 얘기해줄 뿐 그 이상을 말해주지는 않는다.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자기만의 양서를 고르는 일은 철저히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젊은 지성인이 모이는 대학의 도서관에서조차 팬터지나 처세 등에 관한 책들이 최고 대출 목록을 차지한 지 오래다.물론 지금은 1년 뒤 있을 취업에 쫓겨 토익 문제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모처럼 시간을 내서 하게 되는 독서도 대학생 필독도서 위주로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생각해 보니 내 20대를,대학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책은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지하 서고에서 찾아낸 한 권의 책이었던 것 같다.

책 위에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 내며 찾아낸 책 한 권이 가져다 준 기쁨은 베스트 셀러의 목록을 하나하나 해치워 나가며 과제를 수행하듯 책을 읽어나갔을 때 얻는 기쁨에 비할 수 없다.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보다는 얼마나 좋은 책을 읽었는가,그리고 얼마나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느냐가 중요할 때가 아닐까.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생각해본다.

염 희 진 성균관대 신문사 前편집장
2003-10-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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