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김무생·양택조·송재호·선우용녀등 혼신의 연기 / 타조농장 달군 ‘거대한 老風’/ ‘고독이 몸부림칠 때’ 촬영장 스케치

주현·김무생·양택조·송재호·선우용녀등 혼신의 연기 / 타조농장 달군 ‘거대한 老風’/ ‘고독이 몸부림칠 때’ 촬영장 스케치

입력 2003-09-26 00:00
수정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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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주된 이유는 외로움 혹은 고독함일 것이다.자식과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는,그래서 세상에서 점차 잊혀진다는 애틋함이 밀물처럼 몰려온다.자연스레 동병상련 친구들과 만나 ‘한때 나도 잘나갔다.’타령을 되풀이한다.그러다 보니 아이처럼 옥신각신 싸우고 토라지기도 해 진짜 아이들이 볼 때 웃을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개성있는 중년배우들의 공동주연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고독이 몸부림칠 때’(제작 마술피리)는 이런 웃음과 애잔함을 함께 머금게 하는 영화다.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은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 타조농장에 거대한 노풍(老風)이 불었다.주역은 주현 김무생 양택조 송재호 선우용녀 이주실 등 모두 연기라면 뒤지지 않을 배우들.

오전 촬영 장면은 가벼운 잽을 교환하는 수준.“저 놈이 아침에 처먹은 밥풀이 곤두섰나 왜 핏대를 올리고 지랄이래.”“어따 대고 콩가루라 카노 우리 집안이 콩가루면 너그 집안은 똥가루다.”.온갖 동물을 사육한 끝에 신통치 않아 타조 농장을연 중달(주현)과 앙숙인 진봉(김무생)이 날이 선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펼친다.어딜 가도 적은 나이는 아닌 중범역의 박영규는 “50대 초반인 제가 남자 배우중 막내”라며 연신 재롱을 피우며 분위기를 돋운다.

잠시 타조 전골로 점심을 해결한 역전노장들은 곧바로 오후 작업에 들어간다.중달과 진봉의 가시 돋친 설전은 몸싸움으로 번지고 이를 말리는 친구들 필국(송재호),찬경부부(양택조·이주실) 등이 뒤엉키는 장면이다.베테랑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듯 사전에 서로의 위치와 주먹의 각도,대사 등을 화기애애하게 점검한다.“액션” 사인이 떨어지자 분위기는 살벌하게 돌변,김무생과 주현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인다.얼굴이 멍든 김무생의 뒤통수에 ‘퍽’소리가 날 정도로 일격을 가한 주현은 성이 차지 않았던지 이번엔 반쯤 공중에 뜬 상태로 발차기를 시도한다.먼지투성이 땅을 뒹굴며 몸을 사리지 않은채 엎치락뒤치락하던 배우들이 단 한 번만에 이수인감독의 “OK”를 받자 촬영장엔 웃음이 번졌다.

이어 도시풍 인주(선우용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확바뀌는 장면.택시 등장 각도 등이 맞지 않아 몇차례 “컷”사인이 난다.오전 8시부터 땡볕에서 시작한 작업에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김무생은 잠시 의자에 기대고 주현은 땀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다.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까지 이어진 촬영에 고독이 몸부림치기는커녕 엄습할 틈도 없어 보인다.

살짝 맛만 본 걸로도,영화는 걸쭉한 입담과 해학미 넘치는 대사로 연신 배꼽잡게 한다.거기에 관록의 연기력까지 가세했으니 기대수치는 높아진다.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가볍지만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난다.“제2의 인생을 꿈꾸는 홀아비들을 소재로 한 살아있는 얘기”라는 주현의 설명에서 영화의 의도가 읽힌다.고독이 극장가에 몸부림치는 때는 11월 말이다.



화성 글·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2003-09-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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