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백악관에서 그린까지

책 / 백악관에서 그린까지

입력 2003-09-24 00:00
수정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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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구 옮김

‘가장 멋진 폼은 존 F 케네디’‘부시 부자는 에어로빅 스윙’‘가장 규칙을 지키지 않는 골퍼는 빌 클린턴’

미국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돈 반 내터 주니어가 쓴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원제 First Off the Tee,정승구 옮김,아카넷 펴냄)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 백태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골프는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스포츠.그만큼 명예와 신뢰를 중시한다.골프는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냉정한 거울이자 인내를 측정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과연 이런 골프 본연의 정신에 얼마나 충실했을까.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H 태프트에서 43대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국 100년의 역사에는 17명의 대통령이 존재했다.정치성향과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이중 1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골퍼였다는 점이다.저자는 미국 대통령과 골프의 뗄 수 없는 관계를 밝히며 대통령 각자의 독특한 골프 스타일을 설명한다.

미국 대통령 중 맨 처음 골프를 본격적으로 친 사람은 태프트다.시도 때도 없이 백악관을몰래 빠져 나와 골프장을 찾곤 한 태프트는 마치 스모 선수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듯 스윙 폼이 우스꽝스러웠다.부드럽고 정확한 스윙과 깨끗한 경기로 역대 대통령 중 ‘베스트 플레이어’로 꼽힌 대통령은 케네디.그러나 ‘부자 취미’인 골프가 민중의 챔피언을 갈망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골프를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무척 싫어했다.이에 반해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밭에 퍼팅 그린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공개적으로 골프를 즐겼다.그는 집무실에서 골프화를 싣고 다니며 백악관 마루에 수많은 골프화 자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레이건 대통령은 골프를 자주 치지 않았다.그는 어느날 처음으로 전설적인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았다.하지만 무장괴한 납치극이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역사적인 라운딩은 16번 홀에서 중단되고 말았다.냉전시대 정치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시 일가에 골프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업’과 같은 것이다.미국와 영국 아마추어 팀이 격년제로 벌이는 ‘워커 컵’은 미국 골프협회 회장을 지낸 부시 전 대통령의 외할아버지가 만든 대회다.부시가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골프경기를 종종 ‘속도 골프’‘에어로빅 골프’‘파워 골프’‘카트 폴로’라고 부른다.‘준비된 골프’를 치는 부시 부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그들은 언제나 3시간 안에 18홀을 돈다.

골프 습관은 대통령의 정치성향을 반영한다.워런 하딩,린든 존슨,리처드 닉슨,빌 클린턴 대통령 등은 임의로 멀리건(mulligan,타수에 넣지 않는 샷)을 사용하는 등 규정을 잘 지키지 않은 인물로 손꼽힌다.좋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클린턴은 멀리건 샷을 남발해 ‘빌리건’이라고 불렸을 정도.또 29대 대통령 하딩은 당시의 금주령을 무시하고 늘 ‘취중골프’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월터 먼데일,마이클 듀카키스,밥 돌,앨 고어 등 골프를 치지 않은 최근의 대통령 후보들이 골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경쟁자들에게 선거에서 패배한 사실도 눈길을 끈다.카터는 선거에서 제럴드 포드를 이기며 골퍼 후보를 물리친 유일한 논 골퍼(non-golfer) 후보로 기록됐다.이 책은 골프라는 프리즘을 통해 최고 권력자의 인간적 면모뿐 아니라 미국 현대정치사의 단면도 엿보게 한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끝** (대 한 매 일 구 독 신 청 2000-9595)
2003-09-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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