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써도 바닥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은 돈이 갑자기 생긴다면,이를테면 로또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모르고 있던 먼 친척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상속을 받는다면,가장 먼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라면 우선 한 일년쯤 계속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겠다.그 다음엔 물론 평생 먹고 살 만큼의 돈을 통장에 넣어두고,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에 쓰고 싶다.그러나 자기가 쓰고 싶은 것 다 쓰고는 남을 돕지 못한다.아무리 부자라 해도 마찬가지다.뿐만 아니라 돈이란 생기면 생길수록 더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그나마 있는 돈도 다 날리기 십상이다.살아 있는 날들 동안 자기가 쓰고 가는 돈만이 제 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세상은 늘 불공평한 법.한쪽에서는 죽을 때까지 가난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돈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또한 세상이다.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을 고르게 평준화시키자는 마르크스의 원대한 이상이 무참히 무너져버린 오늘에도 사람들은 아직 그 아름다운 꿈을 잊지못한다.그 누구도 가난하지 않은,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듭시다.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매혹적인 이런 말들은 어디까지나 듣기 좋은 말일 뿐일지 모른다.돈이란 게 원래 열성 인자여서 모두가 잘 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 하다가는 모두가 배고픈 세상으로 전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요즘 자주 듣는 신 빈곤층이라는 낯선 단어는 알고 보면 우리의 낯익은 이웃이다.아니 이웃보다 더 가까운 내 형제 자매 친척들이다.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을 주식투자로 다 날려버린 사람들,하루하루 늘어가는 카드 빚더미 아래서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빚 때문에 아파트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람들.요즘처럼 자살이 마치 교통사고처럼 흔한 시대도 없을 것이다.
로또 복권을 사는 일은 온 국민의 하루 일과이며,꿈의 행위이며 유일한 취미생활이다.믿을 수 있는 건 학벌도 직장도 아니고 자기 자신은 더욱 아니다.오로지 운수대통에의 오랜 꿈일 뿐이다.최근 모 재벌 2세 기업인의 자살은 먹고 살기 힘든 이 땅의 많은 서민들의 마음에도 큰 파문을 던졌다.가난하든 부유하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죽음은 어쩌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며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사진 속에서 울고 있는 그의 모습은 재벌 기업인의 오만한 얼굴이 아니라 너무도 연약하고 인간적인 사람의 숨김없는 표정을 보여준다.누군들 이 시대에 고통스럽지 않으랴?
아니 고통스럽지 않은 세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지 모른다.통일이 되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질 듯 낭만적인 생각들을 하기도 하지만,통일 이후에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예방주사’를 맞는 기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민족의 염원인 통일과 개인의 소원인 로또 복권 당첨은 지금 이 시대를 함축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가 아닐까? 납골당이나 묏자리를 미리 분양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돈이란 이렇게 삶뿐만 아니라 죽음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친다.흔히들 말하는 준비된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죽어서 어디에 묻힌들 무슨 상관이랴?
죽어서 머물 곳을 미리 사두는 것과 고품격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은 무엇이 다를까? 하지만 죽음을 미리 준비하기엔 지금의 삶이 너무 절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어딘가에 기대야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로또 중독증….그들을 짓누르는 세상의 하늘이 너무 무거운 탓인가 보다.
황 주 리 화가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세상은 늘 불공평한 법.한쪽에서는 죽을 때까지 가난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돈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또한 세상이다.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을 고르게 평준화시키자는 마르크스의 원대한 이상이 무참히 무너져버린 오늘에도 사람들은 아직 그 아름다운 꿈을 잊지못한다.그 누구도 가난하지 않은,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듭시다.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매혹적인 이런 말들은 어디까지나 듣기 좋은 말일 뿐일지 모른다.돈이란 게 원래 열성 인자여서 모두가 잘 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 하다가는 모두가 배고픈 세상으로 전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요즘 자주 듣는 신 빈곤층이라는 낯선 단어는 알고 보면 우리의 낯익은 이웃이다.아니 이웃보다 더 가까운 내 형제 자매 친척들이다.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을 주식투자로 다 날려버린 사람들,하루하루 늘어가는 카드 빚더미 아래서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빚 때문에 아파트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람들.요즘처럼 자살이 마치 교통사고처럼 흔한 시대도 없을 것이다.
로또 복권을 사는 일은 온 국민의 하루 일과이며,꿈의 행위이며 유일한 취미생활이다.믿을 수 있는 건 학벌도 직장도 아니고 자기 자신은 더욱 아니다.오로지 운수대통에의 오랜 꿈일 뿐이다.최근 모 재벌 2세 기업인의 자살은 먹고 살기 힘든 이 땅의 많은 서민들의 마음에도 큰 파문을 던졌다.가난하든 부유하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죽음은 어쩌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며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사진 속에서 울고 있는 그의 모습은 재벌 기업인의 오만한 얼굴이 아니라 너무도 연약하고 인간적인 사람의 숨김없는 표정을 보여준다.누군들 이 시대에 고통스럽지 않으랴?
아니 고통스럽지 않은 세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지 모른다.통일이 되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질 듯 낭만적인 생각들을 하기도 하지만,통일 이후에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예방주사’를 맞는 기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민족의 염원인 통일과 개인의 소원인 로또 복권 당첨은 지금 이 시대를 함축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가 아닐까? 납골당이나 묏자리를 미리 분양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돈이란 이렇게 삶뿐만 아니라 죽음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친다.흔히들 말하는 준비된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죽어서 어디에 묻힌들 무슨 상관이랴?
죽어서 머물 곳을 미리 사두는 것과 고품격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은 무엇이 다를까? 하지만 죽음을 미리 준비하기엔 지금의 삶이 너무 절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어딘가에 기대야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로또 중독증….그들을 짓누르는 세상의 하늘이 너무 무거운 탓인가 보다.
황 주 리 화가
2003-08-20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