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아버지 아직은 눈감지 마세요”/간첩혐의 美수감… 애끊는 思父曲 병상부친 육성듣고 아들이름만

로버트 김 “아버지 아직은 눈감지 마세요”/간첩혐의 美수감… 애끊는 思父曲 병상부친 육성듣고 아들이름만

입력 2003-08-18 00:00
수정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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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여수생선과 김치를 함께 먹어보고 싶습니다.”,“채곤이…채곤이….”

17일 오후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의식을 회복한 김상영(90)옹은 장남인 로버트 김(63·한국명 김채곤)이 육성테이프로 전해온 눈물의 사부곡(思父曲)을 듣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경기도 남양주의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김옹은 미국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돼 미국 펜실베이니아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7년째 수감 중인 아들의 육성을 5분 분량의 녹음테이프를 통해 들었다.로버트 김은 “아버님,저 채곤입니다.맏아들 노릇은커녕 심려만 끼쳐드려 마음이 더더욱 무겁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그는 “백발이 성성한 초로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은혜를 뼈에 사무치도록 깨닫고 있지만,전 자유를 빼앗긴 채 머나먼 미국의 한 교도소에 있으니….”라며 흐느꼈다.로버트 김은 “늘 그리워하며 뼈를 묻고 싶은 우리의 조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답답하기만 합니다.”라면서 “건강하셔서 아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것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옹은 지난 닷새 동안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의식을 잃을 정도로 병세가 위독해져 가족이 장례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그러나 장남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는지 김옹은 이날 아침 의식을 회복,아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육성테이프는 미국 워싱턴에 살고 있는 로버트 김의 부인 장명희씨가 김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로버트 김과 전화 면회를 해 녹음한 것이다.김옹의 손을 꼭 잡은 부인 황태남(82)씨는 몇 차례나 테이프를 되돌렸다.

김옹은 로버트 김 후원회 관계자들과도 “고맙네,고마워.”라며 눈을 맞추었다.로버트 김으로부터 북한관련 정보를 받았던 백동일 대령은 김옹의 손을 잡고 “아드님은 나라를 위해 큰 희생을 하셨다.”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아드님을 볼 수 있으니 꼭 살아계시라.”고 기도했다.2선 국회의원과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김옹은 지난 2000년 아들을 면회한 뒤 중풍과 심장수술 후유증이 겹쳐 자리에 드러누웠다.가족과 후원회측은 김옹이 사망할 경우 상주(喪主)인 로버트 김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시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18일 미국 법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에 보낼 예정이다.

●로버트 김 사건이란

96년 9월 미국 해군정보국(ONI)에 문관으로 근무하던 로버트 김이 미국의 국가기밀을 빼내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의 해군 무관에게 넘겨줬다는 이유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간첩 및 간첩음모 혐의로 체포,기소된 사건을 말한다.로버트 김은 1심에서 9년형을 선고받은 뒤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미 대법원은 99년 9월 기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2003-08-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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