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파동 힘겨루기 안된다

[사설]대법관 파동 힘겨루기 안된다

입력 2003-08-15 00:00
수정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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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파문이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민변과 대한변협 등 재야 법조계가 대법원의 ‘닫힌 자세’를 강도 높게 질타하는가 하면,소장 판사들은 연판장 형식으로 대법원장의 후보 추천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통령 의지와 상관없이 ‘추천 거부’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를 보·혁 갈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우리는 이미 이번 사태의 발단이 시대 흐름에 귀를 막은 대법원의 고답적인 인사 방식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한 바 있다.헌법에 보장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라 하더라도 ‘고유권한’이 아닌 국민의 사법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심려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그럼에도 사법부 독립이라는 근간을 뒤흔드는 상황으로까지 확산돼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사법부가 외풍에 휘둘리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더 큰 손실이라는 것이 과거 군사 정부 시절의 경험이다.말하자면 ‘잘못된 판결’보다 ‘흔들리는 판결’이 더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대법원도 더욱 열린 자세로 시대의 변화와 다양한 욕구를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을 당부한다.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들러리’임이 확인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의 성격부터 바꾸어야 한다.자문 외에 어느 정도의 추천 기능까지 겸할 수 있어야 대법관 인사 운영 방식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차제에 대법관 후보 인재 풀을 폭넓게 운용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대법관 업무의 절반 이상이 법리 판단이기는 하지만 유능한 재판 연구관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재야 출신이나 외부 인사가 기용되더라도 상급심 운용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대법원장을 포함해서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의 임기가 끝난다.기회는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사법부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이번 사태가 또 다른 ‘사법 파동’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3-08-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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