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위기 속에 27일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맞는다.극대화된 위기는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고 있는 것일까.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핵 문제 해결 분위기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정착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통념을 뒤엎는 논리와 실증 자료로 ‘한국전쟁’에 대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소장학자 박명림 교수는 사실상 사문화된 정전협정을 새로운 평화협정·체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작전지휘권 회복 등 한·미 방위조약의 손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북한의 고립없는 봉쇄정책’을 제안했다.정전협상 당시 유엔군 통역장교였던 원일한 박사도 평화체제의 조속한 정착을 기원했다.
■박명림교수가 제시한 방향
●평화협정 초안 마련할 때
‘한국전쟁’전문가로서 50년 전 체결된 정전협정의 의미는.
-한반도가 분단관리체제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평화와 전쟁의 중간상태이다.승자 없이 맺어진 협정은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균형을 잡아준 냉전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승리를 유보한 가운데,정전의 조건을 교환했지만 향후 평화를 위한 조건을 담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엄청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정전체제가 규정해놓은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가장 오랫동안 대치해온 사실상의 MMZ(Most Militarized Zone)이다.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전쟁의 수백배에 달하는 폭력의 교환이 일어날 수 있다.
평화협정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나.
-정전협정 50년을 대체할,향후 미래 100년,200년의 민족 평화를 담보할 구상을 협정에 담아야 한다.
전쟁의 완전한 종식선언을 담아야 한다.병력과 무기증강을 포함한 일체의 군비확장을 금지,남북 대치의 논리에서 민족 전체의 공동안보와 협력안보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다음은 전후 청산이다.미귀환 국군포로,이산가족 등 인적 청산 문제를 짚어야 한다.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되겠지만,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보장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평화공존을 공식화하면서 막연한 상태로 놓아둔 통일 담론도 구체화해 한반도 미래의 그림을 민족앞에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와 전략은.
-한반도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제안을 통해 시민사회로부터 의회로,의회로부터 정부로,그리고 북한과 유엔 및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 연결되는 다층 다면의 해법을 시도해야 한다.평화 연결고리의 형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자로 한국을 배제하고 있는데.
-북한 김일성 주석도 74년 3월까진 한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자고 했다.한국은 분명한 당사자다.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실패한 이유는 남한이 배제된 채 핵위기를 봉합하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동시에 한반도 분단과 평화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보장이 없어선 안된다.남북한 당사자간 평화협정 체결에 국제사회가 이를 보장하는 이중적 어프로치가 필요하다.위기가 클수록 이후 구축해낼 평화체제는 안정적이다.
●한·미 동맹관계와 방위조약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전협정과,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한 한·미동맹은 한국전쟁의 쌍생아이다.남북 적대 상태의 완화와 한·미동맹 구조의 완화는 맞물려 있다.이것의 전략적 지점을 잡아야 한다.
먼저,작전지휘권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북한이 우리를 당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논리는 작전지휘권 없는 군대와 평화협정을 체결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주한미군 주둔과 다른 문제다.미국과 우리의 국익을 적절히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지휘권 환수는 당사자 역할뿐 아니라 대미 외교적 자주권,주권 국가의 위상과도 관련된다.안보와 평화에 독자적 비전과 전망,구상을 갖지 못하면 미래는 어둡다.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과의 군사대결이 첨예하기 때문에 안보 불안에서 초래되는 경제악화 등이 문제가 된다.따라서 작전지휘권 문제는 남북한 갈등의 완화 정도와 맞물려 들어가야 한다.자주성을 확보하면서 남북한이 평화체제를 위한 합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안보 자주 없이 평화체제의 구축이 없고,평화체제 구축 없이 안보자주는 없다.
북한 정권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시각도강하다.
-한반도 분단 50년 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난 김대중 정권 때 남한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강성대국론이 만난 사실이다.햇볕정책 추진을 밝힌 같은 해 북한은 강성대국 군사제일주의로 나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다.이제는 대북 대화에서 북한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핵 등 대량살상무기,인권문제 등을 지적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핵심을 빼고 이야기하면 남북한 갈등 해소의 핵심에 도달할 수 없다.반전 평화운동과 반핵 및 북한 개혁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양분화돼 있는 시민사회의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인권과 반핵은 원래 진보파의 논리다.움직이는 중용을 잡아야 한다.친미·반미 논쟁보다 우리 공동체의 이익,발전에 어떤 것이 이익이냐로 봐야 한다.이념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념과 실용주의를 분리하는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박명림교수는 누구
박명림 교수는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와 일본의 와다 하루키 등 외국학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한국전쟁 연구를 우리 식의 문제의식과탈이념적으로 분석,평화대안을 제시한 학자다.
북한 인민군 내부문서와 미 육군 극비문서 등 철저한 사료 고증을 통해 분석한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1996),‘한국 1950-전쟁과 평화’(2002)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그는 한국전쟁을 남북 갈등과 세계 냉전구조가 겹쳐진 ‘내전적 국제전’으로 규정,계급갈등으로 보는 커밍스의 수정주의론을 뒤집었다는 국내외 평가를 얻었다.
‘한국전쟁 발발과 기원’으로 월봉저작상을 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일어·중국어·독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40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및 북한실장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협동연구학자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2002년∼)
■커밍스교수 제안
한국전쟁의 수정주의적 연구로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5일 “지난 71∼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서 채택한 정책인 ‘고립 없는 봉쇄정책’과 같은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제안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학술단체협의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주제의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강연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대화와 출구 없는 무조건적인 대북 봉쇄정책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위험하고 실패한 북한 고립을 고착시켜 왔다.”면서 “한반도의 전철을 밟는다면 이라크 역시 세동강 나고 5년 뒤 내전이 발발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커밍스 교수는 지난 2001년 출범 당시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기술을 수입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으나,우라늄 농축시설건설 증거를 확보한 지난해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커밍스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의 방북 때 북한과 대결하기 위해 비로소 이 사실을 거론,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심각한 위기로 만들어 (북·미)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지켜본 원일한박사
“6·25전쟁이 끝난 뒤에도 정전상태가 50년이나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1951년 7월10일 개성에서 열린 첫 정전협상부터 53년 7월 협정서명 직전까지 유엔군 협상단의 수석통역장교로 활동한 원일한(86·미국명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현 연세대 이사) 박사는 “당시에는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3개월 뒤면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런 결실도 맺을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정전체제의 극복과 관련,원 박사는 “원칙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대립하기보다는 자꾸 북한에 외부 사람들을 들여보내야 북한 사회가 변한다는 것이다.
원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한 분단의 극복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원 박사는 “내 기억으로 북한이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입으로 말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딱 한번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특히 젊은이들의 반미 감정에 대해 원 박사는 “주체성 또는 강한 독립정신의 발현”이라고 해석했다.원 박사는 그러나 “독립감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판단력을 결여하면 감성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경계했다.원 박사는 또 “나의 처가인 호주는 현재 미국과 가장 절친한 나라이지만,호주 사람들조차 미·호주 관계는 불공평하다고 말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워낙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미국과의 관계는 불평등하다고 느끼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박명림교수가 제시한 방향
●평화협정 초안 마련할 때
‘한국전쟁’전문가로서 50년 전 체결된 정전협정의 의미는.
-한반도가 분단관리체제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평화와 전쟁의 중간상태이다.승자 없이 맺어진 협정은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균형을 잡아준 냉전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승리를 유보한 가운데,정전의 조건을 교환했지만 향후 평화를 위한 조건을 담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엄청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정전체제가 규정해놓은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가장 오랫동안 대치해온 사실상의 MMZ(Most Militarized Zone)이다.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전쟁의 수백배에 달하는 폭력의 교환이 일어날 수 있다.
평화협정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나.
-정전협정 50년을 대체할,향후 미래 100년,200년의 민족 평화를 담보할 구상을 협정에 담아야 한다.
전쟁의 완전한 종식선언을 담아야 한다.병력과 무기증강을 포함한 일체의 군비확장을 금지,남북 대치의 논리에서 민족 전체의 공동안보와 협력안보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다음은 전후 청산이다.미귀환 국군포로,이산가족 등 인적 청산 문제를 짚어야 한다.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되겠지만,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보장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평화공존을 공식화하면서 막연한 상태로 놓아둔 통일 담론도 구체화해 한반도 미래의 그림을 민족앞에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와 전략은.
-한반도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제안을 통해 시민사회로부터 의회로,의회로부터 정부로,그리고 북한과 유엔 및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 연결되는 다층 다면의 해법을 시도해야 한다.평화 연결고리의 형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자로 한국을 배제하고 있는데.
-북한 김일성 주석도 74년 3월까진 한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자고 했다.한국은 분명한 당사자다.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실패한 이유는 남한이 배제된 채 핵위기를 봉합하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동시에 한반도 분단과 평화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보장이 없어선 안된다.남북한 당사자간 평화협정 체결에 국제사회가 이를 보장하는 이중적 어프로치가 필요하다.위기가 클수록 이후 구축해낼 평화체제는 안정적이다.
●한·미 동맹관계와 방위조약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전협정과,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한 한·미동맹은 한국전쟁의 쌍생아이다.남북 적대 상태의 완화와 한·미동맹 구조의 완화는 맞물려 있다.이것의 전략적 지점을 잡아야 한다.
먼저,작전지휘권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북한이 우리를 당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논리는 작전지휘권 없는 군대와 평화협정을 체결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주한미군 주둔과 다른 문제다.미국과 우리의 국익을 적절히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지휘권 환수는 당사자 역할뿐 아니라 대미 외교적 자주권,주권 국가의 위상과도 관련된다.안보와 평화에 독자적 비전과 전망,구상을 갖지 못하면 미래는 어둡다.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과의 군사대결이 첨예하기 때문에 안보 불안에서 초래되는 경제악화 등이 문제가 된다.따라서 작전지휘권 문제는 남북한 갈등의 완화 정도와 맞물려 들어가야 한다.자주성을 확보하면서 남북한이 평화체제를 위한 합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안보 자주 없이 평화체제의 구축이 없고,평화체제 구축 없이 안보자주는 없다.
북한 정권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시각도강하다.
-한반도 분단 50년 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난 김대중 정권 때 남한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강성대국론이 만난 사실이다.햇볕정책 추진을 밝힌 같은 해 북한은 강성대국 군사제일주의로 나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다.이제는 대북 대화에서 북한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핵 등 대량살상무기,인권문제 등을 지적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핵심을 빼고 이야기하면 남북한 갈등 해소의 핵심에 도달할 수 없다.반전 평화운동과 반핵 및 북한 개혁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양분화돼 있는 시민사회의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인권과 반핵은 원래 진보파의 논리다.움직이는 중용을 잡아야 한다.친미·반미 논쟁보다 우리 공동체의 이익,발전에 어떤 것이 이익이냐로 봐야 한다.이념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념과 실용주의를 분리하는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박명림교수는 누구
박명림 교수는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와 일본의 와다 하루키 등 외국학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한국전쟁 연구를 우리 식의 문제의식과탈이념적으로 분석,평화대안을 제시한 학자다.
북한 인민군 내부문서와 미 육군 극비문서 등 철저한 사료 고증을 통해 분석한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1996),‘한국 1950-전쟁과 평화’(2002)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그는 한국전쟁을 남북 갈등과 세계 냉전구조가 겹쳐진 ‘내전적 국제전’으로 규정,계급갈등으로 보는 커밍스의 수정주의론을 뒤집었다는 국내외 평가를 얻었다.
‘한국전쟁 발발과 기원’으로 월봉저작상을 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일어·중국어·독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40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및 북한실장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협동연구학자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2002년∼)
■커밍스교수 제안
한국전쟁의 수정주의적 연구로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5일 “지난 71∼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서 채택한 정책인 ‘고립 없는 봉쇄정책’과 같은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제안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학술단체협의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주제의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강연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대화와 출구 없는 무조건적인 대북 봉쇄정책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위험하고 실패한 북한 고립을 고착시켜 왔다.”면서 “한반도의 전철을 밟는다면 이라크 역시 세동강 나고 5년 뒤 내전이 발발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커밍스 교수는 지난 2001년 출범 당시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기술을 수입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으나,우라늄 농축시설건설 증거를 확보한 지난해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커밍스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의 방북 때 북한과 대결하기 위해 비로소 이 사실을 거론,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심각한 위기로 만들어 (북·미)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지켜본 원일한박사
“6·25전쟁이 끝난 뒤에도 정전상태가 50년이나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1951년 7월10일 개성에서 열린 첫 정전협상부터 53년 7월 협정서명 직전까지 유엔군 협상단의 수석통역장교로 활동한 원일한(86·미국명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현 연세대 이사) 박사는 “당시에는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3개월 뒤면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런 결실도 맺을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정전체제의 극복과 관련,원 박사는 “원칙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대립하기보다는 자꾸 북한에 외부 사람들을 들여보내야 북한 사회가 변한다는 것이다.
원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한 분단의 극복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원 박사는 “내 기억으로 북한이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입으로 말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딱 한번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특히 젊은이들의 반미 감정에 대해 원 박사는 “주체성 또는 강한 독립정신의 발현”이라고 해석했다.원 박사는 그러나 “독립감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판단력을 결여하면 감성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경계했다.원 박사는 또 “나의 처가인 호주는 현재 미국과 가장 절친한 나라이지만,호주 사람들조차 미·호주 관계는 불공평하다고 말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워낙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미국과의 관계는 불평등하다고 느끼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2003-07-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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