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직 서기관제도 ‘철밥통’만 양산

복수직 서기관제도 ‘철밥통’만 양산

입력 2003-07-08 00:00
수정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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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효율화를 꾀할 목적으로 도입한 공직사회의 ‘복수직 서기관’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정책수립 및 보좌기능에 초점을 뒀던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이 때문에 각 부처의 고참 사무관들은 서기관 승진을 염두에 두고 다른 과(課)로 옮기지 않으려는 현상이 두드러져 원활한 인사 이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업무 매너리즘에 빠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복수직 서기관이란

1995년 각 부처가 직제 개편을 통해 서기관 또는 사무관이 보직을 받아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으로,사무관에서 과장(서기관)으로 승진하기 이전까지 정책수립이나 조정능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사무관과 과장의 중간으로 4.5급이라고도 한다.사무관에서 과장으로 진급하는 데 최소한 8∼9년 가량 걸리다 보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승진이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던 당시 재무부의 경우에는 ‘결혼해서 자녀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만년 사무관’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각 부처,위원회 등 54개 정부 기관(본부 기준)의 복수직 서기관은 1798명으로 전체(사무관 이상)의 30% 남짓에 이른다.

●복수직 서기관의 겉과 속

중앙인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복수직 서기관은 사무관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립 및 조정기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이 관계자는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뒤 실제 과장이 됐을 때 업무처리에 효율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적지 않다.”면서 “특히 승진의 기회를 줌으로써 공직사회의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복수직 서기관의 폐해를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무관이 해도 될 일을 굳이 서기관으로 승진시켜 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사무관급 계장이나 복수직 서기관급 계장이나 하는 업무가 같은 데다 복수직 서기관은 2∼3년만 지나면 업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수직 서기관은 몇 년 지나면 ‘왜 과장을 시켜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털어놓는 예가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이 관계자는 “고참 사무관들을 다른 과로 옮기려 해도 기존의 과에 눌러 앉아 있으면 복수직 서기관이 자동적으로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인사이동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복수직 서기관은 “사무관에서 복수직 서기관으로 승진하더라도 사무관 때 받던 야근수당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제 봉급은 사무관 시절보다 더 적다.”면서 “그렇다고 과장도 아닌 상황에서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 나갈 형편도 못된다.”고 털어놨다.

●직위분류제 도입 여부 관심

외교통상부는 외무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직급제를 없애고 직무 성격이나 중요도 등을 감안해 직위분류제의 전단계로 ‘9등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복수직 서기관 제도의 취지와 역할 등에 대해 장·단점을 연구·검토해 볼 계획”이라면서 “직무분석에 따른 직위분류제 도입도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 장세훈기자 bcjoo@
2003-07-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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