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功臣시효

[씨줄날줄] 功臣시효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2003-07-05 00:00
수정 2003-07-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 TV 사극에서 고려 19대 명종을 즉위시킨 무신 쿠데타의 주역 정중부와 이의방에게 벽상공신이란 훈공이 내려진다.이들의 초상화는 궁궐 공신각에 개국공신들과 함께 내걸리고 집과 토지·노비·금 등이 하사된다.예부터 국가·왕실을 위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칭호가 공신이다.중국으로부터 도입돼 신라 이래 고려,조선조에서 수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고려의 개국공신·중흥공신과 정변이 많았던 조선은 개국공신·정사공신·정난공신·분무공신에 이르기까지 28종에 이른다.

오늘날 정권교체 때마다 대선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공신들의 논공행상이 이뤄지는 건 마찬가지다.그러면 창업·대선공신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노무현 대통령이 6개월이란 답을 내렸다.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지난 인사 중에 과거의 공로가 고려된 인사가 있었겠지만 그 유효기간은 6개월,어떤 경우는 1년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로에 대한 보답은 기회를 주는 것이지 보장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내가 창업공신’이라는 말을 다 버려 달라.”고도 당부했다.오는 8월말쯤 당·정·청와대의 일부 창업공신은 버리고 정권을 지켜갈 수성공신을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창업,수성공신을 구별해 대통령이 용인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얘기는 노태우정부 시절 회자됐다.노정부 태동에 기여한 월계수회 중심의 창업공신들을 쓰고난 뒤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성공신들로 국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여기서 ‘태양론’과 ‘한신론’이 등장했다.우주에 하나뿐인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리 떨어지면 춥듯이,절대권력자인 대통령을 모시는 공신의 역할과 한계를 함의한 말이다.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항우를 물리치고 개국 일등공신에 올랐으나 논공행상이 있던 날 역적수괴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너무 용맹한데다 한때 제왕을 칭한 괘씸죄에 걸려 토사구팽된 사람으로,낙향해 살아남은 책사 장량의 처신과 곧잘 비교된다.

대통령의 공신론 언급은 적절한 것 같다.과거 정부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요인의 하나가 창업,수성공신을 구분하지 못한 용인술과 공신들이 시효를 무시하고 욕심을부린 때문은 아니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수성공신을 보고 싶다.

박선화 논설위원

2003-07-05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