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차창 밖

[길섶에서] 차창 밖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07-04 00:00
수정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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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버스를 탈 때면 항상 차창 자리를 고집한다.눈을 감고도 차창을 스치는 팻말과 풀 한포기에 이르기까지 익숙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도 왠지 차창 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비 오는 아침 차창에 서린 김에 가려 바깥 풍경이 차단될 때면 손가락이 더럽혀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차창을 문지른다.익숙한 풍경이 눈 앞을 스치고 가야만 비로소 안심이 된다.

차창 밖은 여름이 되기도 하고 겨울이 되기도 한다.비도 오고 눈도 온다.화사한 아침 햇살에 싱그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기억 속의 낡은 흑백사진처럼 흐릿해지기도 한다.그럼에도 차창이 있어 늘 한발 비껴선 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냉전시대에 28년간 소련의 외무장관으로 재직했던 그로미코(1909∼1989)가 20여년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인물로 등장한 적이 있다.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빗물이 흘러내리는 차창 밖을 응시하는 사진이었다.당시 타임은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세계를 움직인다.’고 했던가.

우득정 논설위원

2003-07-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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