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반론/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조흡 기자 기자
입력 2003-06-30 00:00
수정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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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매일 6월26일자 15면 기고 ‘스크린쿼터 이젠 철폐해야’에 대한 반론〉

스크린쿼터에 관한 견해가 다양한 것은 바람직하지만,그렇다고 우리가 비현실적인 주장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26일자 대한매일에 발표된 재경부 김성진 국장의 견해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느낌이 그랬다.김 국장은 스크린쿼터에 관한 찬반 양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소비자인 관객의 입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과연 그럴까?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자고 외치는 영화인들과 지식인들의 주장은 얼핏 영화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의 논리처럼 들리기도 한다.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또 그 본질을 훼손하기 위한 곁가지 궤변에 불과한 이야기다.김 국장의 주장과는 정 반대로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현실은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관객이 그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시장의 자유경쟁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의 논리대로라면,좋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해야 마땅한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말이다.이는 배급의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이다.배급은 또 힘의 논리가 개입된 치열한 자본의 싸움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국장의 주장과 달리,잘 만든 한국 영화도 배급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스크린쿼터를 축소 내지 철폐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할리우드 영화 일색의 ‘자유시장’으로 전환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이는 추측이 아니다.타이완과 멕시코,그리고 심지어 유럽에서도 스크린쿼터 축소 또는 철폐 이후 영화산업이 모두 몰락한 실례가 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스크린쿼터 제도 유지를 지지하고 나섰을까.그들이 경고한 메시지는 분명했다.자국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독점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쿼터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세계 영화사에 빛나는 영화를 생산했던 이탈리아,영국,독일에서도 시장원리를 믿고 영화를 개방했다가 미국에 참패당한 경우를 고려하면 김 국장의 논리는 아무래도 현실과 거리가 먼 경제이론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서 스크린쿼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그것은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관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누가 다시 왜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하느냐고 묻는다면,그 대답 또한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다.관객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배우가 등장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를 친숙한 배경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외국 영화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영화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오히려 세계 영화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더 세련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 것이 문제다.기술과 자본에서 경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는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 원칙을 도모할 수 있고,분배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스크린쿼터는 바로 이런 물량공세로 타국 영화시장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독점구조를 철폐하기 위해 필요한것이다.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그리고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이를 축소하거나 철폐하는 것은 불안하게 자리잡은 한국영화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영화가 이만큼 활성화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지만,추락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 스크린쿼터는 충분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에 틀림없다.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조흡 동국대 교수 영화영상학
2003-06-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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