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서울의 생명 희망의 청계천

특별기고 / 서울의 생명 희망의 청계천

이명박 기자 기자
입력 2003-06-27 00:00
수정 200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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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시절,청계천 복개도로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습하고 매캐한 공기를 가르며 걸어가다가 참으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오물만 흐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참외를 먹을 때는 보통 씨째로 먹는데,그렇게 사람의 몸으로 들어갔다 나온 참외씨가 청계천을 따라 떠내려가다가 한 줄기 빛을 만나 싹을 틔운 것이다.낡은 복개도로에 생긴 작은 구멍을 통해 가느다란 빛이 닿는 것은 몇천분의 일,몇만분의 일 확률일 터.그런데 그 작은 구멍을 통해,그것도 부식된 복개도로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 덕분에 생명이 탄생했다는 데 대해 감격할 수밖에….

청계천이 복개된 후 40년 동안 시민들은 청계천이 사라졌다고,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밑으로 청계천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이제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낼 날도 멀지 않았다.

처음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청계천에 물이 흘렀다는 것조차 모르는 세대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충격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오랫동안 청계천 복원을 염원해 온 분들조차 복원은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청계천 복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고,이제 그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착공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교통을 차단함으로 인해 겪게 될 시민들의 불편이다.착공 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세웠고,착공 후 교통상황에 따른 보완책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으나 일정기간 동안은 어쨌든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은 우리의 교통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나 혼자 편하려고 승용차를 타기보다는,나도 편하고 남도 편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새로운 교통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서울시는 시민단체,기업과 함께 뜻을 모아 승용차 5부제를 자율적으로 실천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려고 한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중 하루는 승용차를 타지 말자는 자율적인 시민운동이다.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공사가 착공되고 몇 달이 지나면 고가는 사라지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탁 트인 시야가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그동안 자동차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는 2005년 말이면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뛰노는 아름다운 청계천이 완공된다.복원된 청계천에 놓여지는 21개의 다리는 시민들의 정성과 애정으로 건설될 것이다.시인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에서 사랑을 노래했다.우리 청계천 다리에서도 아름다운 시가 나오고 노래가 불려지길 기대한다.

내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은 걸어 다니는 즐거움이 넘치는 낭만의 도시다.인사동에서 사대문안 궁궐로,종로와 을지로 골목골목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면,서울만의 독특한 문화가 피어날 것이다.콘크리트 속에 묻힌 문화재와 매연 속에 가려있던 전통문화를 되살려낸다면 서울은 600년 도시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가로 단절됐던 상권이 서로 소통하면서 침체됐던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청계천 복원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고,서울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도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도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수변 공간을 거닐며 행복해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청계천 복원은 1100만 서울시민의 숙원일 뿐만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됐다.서울의 백년대계,천년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우리 세대의 행복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긍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청계천은 서울은 물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생명이며,희망이며,미래다.그 가슴 벅찬 발걸음을 7월1일,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내디디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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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
2003-06-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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