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멀어진 ‘盧 - 勞’

한걸음 멀어진 ‘盧 - 勞’

입력 2003-06-18 00:00
업데이트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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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노사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톤이 종전과 사뭇 다르게 느껴지고 있다.취임 초까지는 상당히 친(親) 노조적인 입장이었다면,요즘에는 다소 중간쪽으로 움직인 듯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노 대통령은 17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법 질서를 무시하고 집단의 힘을 악용해서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한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을 비롯한 소위 ‘하투’(夏鬪)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경찰지휘관 특별강연에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노 대통령은 “노무현은 옛날부터 노동자편을 많이 들어온 사람이니까 노무현 정부는 웬만한 불법행위도 용납해줄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면서 “불법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 강조했다.어느 정도 친 노조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은 물론 취임초만 해도 노조에 매우 우호적인 톤으로 얘기했다.지난 3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노동문제는 공안문제가 아니고 경제문제”라면서 “노동자만 구박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이러한 노 대통령의 노사관이 조금씩 바뀌는 듯 비쳐지는 배경은 뭘까.

이와 관련,노사문제가 원칙대로 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는 물론 국내기업의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화물연대,두산중공업 파업 등 새 정부 들어 원칙도 없는 대응 때문에 경제와 나라에 부담이 됐다는 비판을 뒤늦게나마 수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않다.

이달 초 노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수행했던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인들은 노사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노 대통령은 미국방문(5월),일본방문 기간 중 외국기업인을 만나면서 노사문제를 원칙 없이 대응했다가는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노 대통령이 방일(訪日)을 앞두고 지난 1일 경제계 인사들과 오찬할 때에도,참석자들은한목소리로 노조 문제에 관해 법과 원칙을 확립해주도록 요청했다.

말로만 보면 노 대통령의 노사관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문제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이런 점에서 조흥은행 노조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주목될 수밖에 없다.조흥은행 노조에 대한 대처 방향은 노 대통령의 노사관이 실제 바뀌었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는 시험대다.

곽태헌기자 tiger@
2003-06-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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