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무용은 체육이 아니라 예술이다

기고 / 무용은 체육이 아니라 예술이다

김문환 기자 기자
입력 2003-06-12 00:00
수정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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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관심이 온통 NEIS와 관계된 일련의 사태에 쏠려 있는 중에 무용교과독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무용교육 현장보고를 중심으로 한 제2차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인간문화재 제1호 김천흥옹을 비롯하여 무용계의 지도적인 인사와 학생들이 작은 규모지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는데, 언론에서의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일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서,무용을 예술로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무용이 예술이 아니면 뭐냐? 하며 그 당연한 이야기를 왜 새삼스레 외치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없지 않겠지만,대학을 비롯한 각급 학교 교육에서 무용은 예술이 아니라 체육으로 분류돼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무용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체육이 아니냐는 억지가 그 배후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낭독되는 판결문도 글이니까 문학이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되 좀더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가치의식의 발로이므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고,그리고 그 결실 치고 문화 아닌 것이 없다.그러나 그 중에서도 완성을 지향하는 의욕이 가장 분명하게 발현되는 활동을 구분하여 예술이라고 한정짓는 것 또한 어김없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각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나 뚜렷이 식별되는 구조가 존재한다.그리고 그 구조는 상대적으로나마 자율성을 지니고 있기에,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지침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다.그것은 또한 뛰어난 솜씨와 독창적인 개성을 요구한다.

예술적 가치 역시 이와 같은 특성들과 연관된다.심리학적으로 본다면,그것은 조화와 안정을 추구함으로써 충동을 다스리게 하는 동시에,사회학적으로 본다면,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가장 감동적으로,효과적으로 경험케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좀더 이상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추동한다.

체육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문화와 교육의 일환이지만,앞에서 말한 표현활동이자 의미활동으로서의 예술과는 다른 목표와 가치의 측면이 두드러지므로 예술의 일환인 무용과는 다르게 교육되고 향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이 둘이 같은 틀 속에서 운용된다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좁은 의미의 문화영역과 교육부문이 지금처럼 두개의 독립적인 부처로 분리되어 있고,문화관광부가 그 명칭대로 경제적인 부가가치에 좀더 치중한 듯한 상황에서는 자칫 그 뿌리가 되는 문화교육 영역은 내 일이 아닌 듯이 소홀시되기 쉽다.

그런 모순 속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면,이제부터라도 두 부처가 문화교육 내지 예술교육의 의의를 절감하는 중에 진지하게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또한 이는 비단 무용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에,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간의 연대가 요청된다.

김문환 서울대 교수 한국미학회장
2003-06-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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