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日 ‘만경봉호 혐오증’의 끝은?

[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日 ‘만경봉호 혐오증’의 끝은?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2003-06-11 00:00
수정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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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봉호 운항이 중지된 사태는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일대 사건’이다.지난해 9·17 평양 북·일 정상회담이 북에서 일어난 일대 사건이라면 6월8일 만경봉호 입항 포기는 일본에서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북한이 출항을 포기했느냐,일본이 입항을 저지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1500여명의 경찰병력,100여개 우익단체 회원 800여명,일본 6개 성청의 만경봉호 대책반,인산인해의 보도진이 진을 치고 있는 니가타항에 북한이 만경봉호를 보낼 리 만무하다.전개될 상황이 뻔하기 때문이다.재일동포들도 “굴욕스러우니까 오지 말라.”고 애원했을 정도다.일본 정부의 강경한 만경봉호 대책은 미·일이 생각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의 초보적인 단계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오기 지카게 국토교통상도 10일 “한해 1300여차례 일본을 드나들고 있는 북한 화물선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대화’를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압력’을 구사하기 시작한 셈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없는 것은 일본인들의 북한 혐오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점이다.잘해 보자고 했던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으로 북·일 관계는 거꾸로 갔다.북한이 ‘깡패 국가’라는 막연한 심증을 갖고 있던 일본인에게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을 안겨준 일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한 탈북자의 미 의회 증언으로 만경봉호는 밀수·공작을 버젓이 일삼는 괴물로 둔갑했다.증언내용과 미확인 보도는 납치국가 북한의 이미지와 엉키면서 무섭게 전파됐다.북의 가족에게 전할 생활물자를 갖고 만경봉호를 타려던 재일동포의 낙담하는 모습과 입항포기를 ‘승리’라고 환호하는 납치 피해자 가족의 광경은 지극히 상징적이다.

재일 한국·조선인들이 경제·문화·연예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일본인들이 눈에 띈다.‘각계각층의 재일 한국·조선인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도 돈다.나치 독일의 유대인 배척처럼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 배제의 움직임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만경봉호 사태를 보면서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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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y01@
2003-06-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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