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 편집·보도국장 간담/“신문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러웠다”

盧 - 편집·보도국장 간담/“신문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러웠다”

입력 2003-05-31 00:00
수정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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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는 못 견디겠습니다.좀 봐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편집·보도국장들에게 점심을 낸 것은 ‘잘 지내보자.’는 취지인 듯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경상도 화법으로,특유의 진지함으로 편집·보도 책임자들에게 ‘우호’를 주문했다.그것이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를 청와대에서 먼저 풀겠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그러나 그동안 기존 언론에 보여준 감정과 불신을 상당부분 걷어냈거나,최소한 걷어내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노 대통령이 “도와달라.”,“봐달라.”고 말한 것은 장수천 및 건평씨 의혹사건을 언급하면서였다.노 대통령은 “사업하다 망한 사람이 왜 대통령은 되어가지고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아침에 신문을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그러나 “하지만 그게 범죄는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고 “그래도 정몽준씨가 대통령이 된 것보다는 낫지 않으냐.”고 비교했다.정씨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기업활동과 관련한 모든 것이 도마에 오를 텐데 거기에 비하면 자기는부담이 덜한 편이고,또 자기의 그런 정도의 주변 허물은 덮어줄 만하지 않으냐는 취지로 들렸다.

노 대통령은 경제와 방미 저자세 외교 비판을 하나로 묶어 두 가지를 상생시키는 화법을 사용했다.‘저자세 외교’를 했건 말았건,어쨌거나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함으로써 북핵이 더이상 경제에 짐이 되지 않도록 하지 않았느냐고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것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전임 대통령에게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소비 진작이 필요한데,카드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인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 진작이 일어나겠느냐.”면서 “전 정부에서 쓴 부동산 부양대책과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토록 한 것을 막지 못한 정부와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길거리 신용카드 발급은 잘 몰랐다는 해명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잘못되면 대통령을 닦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그러나 어렵다고 이것 저것 손대면 심각한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시대의 ‘부동산대책 실패’를 거론했다.다만노 대통령은 “반환경·반인권,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 것”이라면서 수도권의 ‘억제위주’ 정책을 행정수도 이전,지방분권화와 함께 ‘계획개발’쪽으로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노조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기업인들의 요구를 많은 부분 수용할 태세였다.

300만 신용불량 사태로 소비를 진작시킬 방법이 사실상 없는 만큼 기업의 투자촉진에 경기대책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리더십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링컨이 국무회의장에서 아들과 이야기하고,‘발도 숨을 쉬어야 한다.’며 양말을 벗었던 일화를 소개했다.그는 석가모니의 예까지 들었다.솔직하고 친근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데 주위에서 그러면 안된다고 하고,대통령에 대한 일반관념과 달라서 계속해 갈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못 내렸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3개월쯤 대통령직에 대한 ‘시운전’을 더하면 그 다음부터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잘 봐달라.”면서 “지금은 어려우니까 도와주고,나중에 좋아지면 긴장관계로 돌아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노 대통령이 출입기자 외의 언론계 인사들을 단체로 만난 것은 방미 전 외교관련 논설위원들을 만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김영만기자 youngman@
2003-05-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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