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부락’이라는 단어 사용 말아야

[발언대] ‘부락’이라는 단어 사용 말아야

유기석 기자 기자
입력 2003-05-29 00:00
수정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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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정부에서는 우리말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부락(部落)’이라는 단어를 순수 우리말인 ‘마을’로 고쳐 부르도록 해,행정기관과 매스컴은 물론 일반시민도 잘한 일로 알고 그대로 따라 해 이미 고착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에서는 부락이란 용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음을 볼 때,그것도 특히 마을을 대표한다는 일부 이장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물론 ‘부락’이란 용어의 개념과 그 유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것이리라 이해는 가나,고쳐 부르는 데 앞장 서야 할 사람들이 무심코 부른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부락’이란 용어는,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막부 시대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사(武士)농민(農民)공인(工人)상인(商人)의 4가지 신분제도를 만들어 엄격히 시행한 데서 나온 것이다.그런데 농민은 무사 다음가는 신분임에도 실제로는 가장 천한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결국 농민의 반발이 두려워진 도쿠가와 막부가 농민보다 더 낮은 천민(백정·무당·거지·망나니 등)집단을 따로 살게 해 그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장소를 부락이라 호칭한 데서 비롯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의 모든 마을을 부락이라 고쳐 부르도록 강요한 이유도 우리를 무시하고 깔보는,천민 취급하려는 깊은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그런데도 아직도 일부에서 그 의도를 알지 못한 채 계속해 ‘부락’이라고 호칭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며 분개할 일이겠는가!

마을이란 ‘시골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뜻의 순수한 우리말이다.요즘은 누가 권장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아이들 이름을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 부른다.앞으로는 ‘부락’이란 말을 버리고 ‘마을’이라는 우리말로 고쳐 부르고 사용해야 하겠다.

유기석 전북 장수군 장계면 금덕리 이장
2003-05-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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