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따돌린 국정원 ‘007’

취재진 따돌린 국정원 ‘007’

입력 2003-05-09 00:00
수정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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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국정원 간부들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다.이 과정에서 일부 국정원 직원들이 무단으로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 특검팀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는 등 빈축을 사고 있다.

국정원 김모 지출과장이 소환된 지난 6일 중년 남성 6∼7명이 특검 사무실 인근을 배회했다.국정원 소환자의 경우 얼굴 등 신원이 알려지지 않아 취재진이 직감으로 따라 붙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이들은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14·15층과 건물 로비를 오가며 기자들을 몰고 다녔으며 특검 조사실에 들어가는 척 연기를 펼쳤다.

진짜 소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취재진이 안간힘을 쓰는 동안 한 40대 남성이 특검 사무실로 들어섰다.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순순히 의혹을 시인한 뒤 “사진 안찍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천연덕스럽게 말해 취재진은 모두 소환자로 단정했다.그러나 자정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국정원 간부는 오전에 소환자라며 들어갔던 사람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국정원 직원들은 모든 언론사취재진을 속인 뒤 유유히 사라졌다.

국정원의 연막작전은 8일에도 이어졌다.40대 남성 2명이 소환자처럼 보이기 위해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조사실 정문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이 바람을 잡는 사이 ‘진짜’ 소환자인 김모 예산기획관은 이미 뒷문으로 들어갔다.양동작전을 펼친 직원들은 서로 양복 상의를 바꿔 입고 안경까지 벗은 채 태연하게 뒷문으로 나왔다.이 사이 특검 사무실 근처를 맴돌던 일부는 취재진을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한때 험악한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도 대접받으려는 구습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조직생활에서 굳어진 그들의 행태가 수사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고 일침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2003-05-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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