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돋보기 / ‘인어아가씨’는 엽기 드라마?

드라마 돋보기 / ‘인어아가씨’는 엽기 드라마?

입력 2003-05-01 00:00
수정 2003-05-0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머니가 딸과 함께 아들 신혼여행에 따라가 한 호텔에 묵는 것도 상식 이하인데,술에 취한 어머니는 한술 더 떠 신혼부부의 방에 남자 후배를 밀어 넣는다.그것도 모자라 술이 떡이 된 디자이너란 후배는 35·24·34라며 음흉한 눈빛과 손짓으로 신부를 성희롱한다.첫날밤을 망쳐놓은 시어머니는 다음날 아침에도 사과는커녕 “죄 받아서 그래.”라며 딸과 함께 며느리만 ‘나무라고’ 있다.신부의 부모까지 덩달아 신혼여행지에 따라온다.

동네북이 된 MBC ‘인어아가씨’가 이제는 도를 넘다 못해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마준(정보석)과 예영(우희진)이 양쪽 어머니의 ‘엽기’적인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해 한숨 놓는가 싶었더니,지난달 28일 이후 방영된 신혼여행 장면에서는 상식을 넘어서는 상황 설정으로 또다시 시청자의 호된 비판을 사고 있는 것.

“그간 정들었던 드라마라고 끝까지 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맹공열),“이쯤되면 배우들도 출연을 거부해야 하지 않나?”(김보영),“작가의 양심을 가지고 이런 극본을 쓸 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나병선) 등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씩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어아가씨’는 이제 드라마이기를 포기했다.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비난해도,조금의 주저함 없이 ‘엽기’시트콤을 밀어붙이는 제작진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

MBC는 봄개편과 함께 재미와 공영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를 위해 6월 중순부터 프로그램 품질 평가지수(QI)로 모든 프로그램의 질을 측정한다는 계획이다.시청률이 높고 QI가 낮으면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고,시청률이 낮고 QI가 높으면 재미를 늘려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4월말 가진 QI설명회에서 MBC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때 가면 ‘인어아가씨’의 QI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굳이 QI로 지수를 측정하지 않더라도 질의 문제가 있는 것이 명확한데,6월까지 두 손 놓고 기다리는 MBC의 태도다.시청률 1위 프로그램을 그렇게 방치하면서 공영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높은 시청률 안에는 “얼마나 막 가는지 보자.”며지켜보는 시청자도 많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인어아가씨’는 6월말에서 7월초 종영이 확정됐다.어차피 고정 시청자가 많아 시청률이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텐데,두 달만이라도 제대로 된 홈 드라마를 만들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다시 한번 제작진에게 권고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3-05-0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