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소리/ 365일 ‘책의 날’ 처럼

Book소리/ 365일 ‘책의 날’ 처럼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2003-04-23 00:00
수정 200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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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책에 미친 사람이었다.책을 너무 많이 읽어 눈까지 멀었다.그래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는데 그가 바로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구엘이다.책의 중독성은 보르헤스 육신의 눈을 앗아갔지만,그는 그 대가로 영혼의 눈을 얻었다.그리고 마침내 “책은 인간의 도구 중 가장 놀라운 것이며,신체의 확장인 다른 도구들과는 달리 기억력과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우리의 꿈을 지배하는 책,그 상상력의 보고와의 만남보다 더 소중한 만남이 또 있을까.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에 앞서 펼쳐진 ‘책과 장미의 축제’(본보 19일자 14면 참조)는 한국의 출판·독서계가 결코 초라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20일 전국의 대형서점 열 곳에서 나눠준 4만8000여권의 책은 한 순간에 동이 났다.비록 무료로 나눠주긴 했지만 서점엔 사람들이 책을 받기 위해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책을 파는 장소에서 책을 공짜로 나눠주는 행사를 마뜩찮게 여겼던 서점들도 망외의 소득을 올렸다.교보의 경우 이날 매출은 평소보다 오히려 5%가량 늘었다.이른바 ‘동반구매효과’를 본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책잔치가 ‘그날만의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독서풍토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행사 당일 ‘커플’이 돼 오면 무조건 책을 나눠주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책의 날 행사 두 달 전쯤에 북토큰을 발행,학교를 통해 모든 어린이들에게 나눠줘 책을 사도록 하는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도 참고할 만하다.

최근 부쩍 활발해진 독서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독서인구는 94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특히 지난 2월 27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와 이라크 전쟁의 여파는 독서대중을 일부나마 책으로부터 떠나게 만들었다.하지만 좋은 책은 언제나 사람을 부른다.넉넉한 마음으로 ‘탕자의 귀환’을 반긴다.더이상 컴퓨터의 가벼움에 중독된 사이버키드가 양산돼선 안되며,현실이 더 재미있다고 문학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마셜 맥루한이 ‘활자시대의 종말’을,레슬리 피들러가 ‘소설의 죽음’을 선언한 지 40년이 돼가는 지금도 따스한 종이책,문학의 생명은 여전하다.오늘 ‘세계 책의 날’만이라도 책을 사 보자.책은 읽을수록 는다.



김종면기자 jmkim@
2003-04-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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