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달래주는게 중세문학 정신”/ ‘중세 시인들의 객담’ 펴낸 이형식 서울대 교수

“시름 달래주는게 중세문학 정신”/ ‘중세 시인들의 객담’ 펴낸 이형식 서울대 교수

입력 2003-04-09 00:00
수정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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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과 고통을 달래주는 게 중세문학의 정신입니다.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문학의 본질이 아닐까요.”

최근 ‘중세 시인들의 객담’(궁리 펴냄)을 편역 출간해 ‘프랑스 중세 고전문학선’ 1차 작업을 끝낸 서울대 불어교육과 이형식(57) 교수.마르셀 프루스트 전공자인 그가 중세문학에 눈을 돌린 것은 프루스트 작품에 나오는 중세문학 표현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동기였다.그런데 살짝 발을 들여놓은 그 세계는 너무 재미있었다.그러나 중세문학 작품이 알려진 게 드문 데다,그 형태가 현대에 들어서 일그러졌음을 알고는 교정작업에 나섰다.

“정답고 슬픈,때로는 웅장한 내용을 담은 순수한 이야기가 중세 소설입니다.그런데 근대로 오면서 이념·철학 등 ‘이론적 담론’이 섞여 재미가 없어졌죠.프루스트나 사르트르,생텍쥐페리가 그 전형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2001년 ‘여우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트리스탄과 이즈’ ‘중세의 연가’로 이어졌다.

이 교수가 번역하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그는 “굳이 불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고교생,혹은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선했다.”고 역설한다.

이번에 나온 ‘중세 시인들의 객담’은 우리로 치면 일종의 음담패설과 풍자적 이야기들.당시 철학자들이나 신학자 등 점잔빼는 이들이 천한 것으로 박대하던 장르,즉 서민들의 문학이다.마을 사제나 수도사 등을 꼬집기도 하고 농사꾼들,부랑아들의 욕정과 물질적 탐욕,복수심리 등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객담’은 문학용어로는 패설인데 풍자정신과 정제되지 않은 해학이 특징”이라며 “유럽문학사에서 이 작품들을 조명한 것은 오랜 세월 망각 속에 묻혔거나 소외됐던,소박한 문학형태에 대한 무의식적 그리움이 작용했다.”고 정리했다.

이종수기자
2003-04-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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