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무기박람회 중계하듯 보도“전쟁불감증 부추긴다”시민단체, 방송3사 비판

이라크戰 무기박람회 중계하듯 보도“전쟁불감증 부추긴다”시민단체, 방송3사 비판

입력 2003-03-26 00:00
수정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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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압’(MOAB)은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폭탄입니다.반경 500m 이내를 순간적으로 무산소 상태로 만드는….”“전자기폭탄과 벙커버스터도 미군이 숨겨놓은 카드입니다.여기에 무인정찰기 프레데터호,정찰용 로봇 팩봇,스텔스기 같은 첨단폭격기가 가세하면서….”

무기 박람회장인가,수백명이 죽어가는 비참한 전장의 모습인가.이라크에 미군이 쏟아붓는 첨단 무기를 경쟁적으로 소개하는 지상파 방송3사의 뉴스 보도에 시청자와 시민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무수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를 마치 전자오락의 도구처럼 취급하고,3D화면까지 이용해 성능을 일일이 나열하는 선정적인 보도 태도가 전쟁의 성격과 전장의 참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군의 진격과 이라크의 반격이 본격화되면서 버추얼 스튜디오를 동원,지도위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전도를 상세히 그리는 보도방식 역시 전쟁을 흥미위주로 보는 경향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ID가 byeri66인 한 네티즌은 “‘폭탄의 어머니’‘전자폭탄’으로 제목을 뽑고무기박람회 중계라도 하듯 재탕,삼탕 보도하는 방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시청자 김정희씨는 “아이들이 첨단무기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전쟁을 오락처럼 여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전쟁방송을 앞다퉈 홍보하는 것도 문제.방송3사는 ‘단독’‘독점’‘유일’ 등의 수식어를 남발해,목숨을 건 종군기자의 취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지난 91년 걸프전 때부터 문제가 되어 온 CNN 중심의 편향 보도가 반복되는 것도 비판의 표적이다.아랍권인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보도는 단신 정도로 처리하고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반전의 목소리는 맨마지막에 끼워넣는 게 보통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논평을 내고 “SBS는 미군을 아군,이라크군을 적군으로 묘사했고,MBC는 미국의 공격을 따라가는 데 그치고 있으며,KBS는 최첨단 무기를 소개하는 보도가 많다.”며 방송사별 문제점을 지적했다.전쟁 장기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지금이라도 방송3사는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김소연기자 purple@

2003-03-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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