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 비

[길섶에서] 봄 비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3-24 00:00
수정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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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신의 축복이다.생명의 에너지를 듬뿍 머금고 거칠어진 대지를 촉촉히 적시면 어김 없이 만물이 소생한다.이맘때면 사방팔방에서 봄기운이 미칠듯이 준동한다.겨우내 시름시름 앓던 이웃집 꼬부랑 할머니 얼굴에도,베란다 앞에 우두커니 선 목련 가지에도,시골집 토방 끝에 나앉아 낮잠을 즐기는 누렁이에게도 봄이 찾아온다.

분명 그랬었다.그런데 언제부터일까?창밖에 내리는 봄비를 보면 왠지 서글퍼진다.예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곤 한다.그것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다.

지난 주말에도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깊은 상념에 젖어 시인 변영로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아,나아가 보니/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아,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염주영 논설위원

2003-03-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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