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반전집회 망친 ‘틱낫한 신드롬’

[오늘의 눈] 반전집회 망친 ‘틱낫한 신드롬’

이두걸 기자 기자
입력 2003-03-24 00:00
수정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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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전평화집회에 나왔는지 한 외국 스님의 홍보행사장에 나왔는지 어리둥절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2시,교복 차림의 중학생부터 백발의 할머니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였다.문화예술인,대학교수,국회의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평화염원 걷기명상-Stop War’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전반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진행됐다.영화배우 안성기·문소리씨가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시인 김용택씨가 한 초등학생의 전쟁을 반대하는 일기를 소개하는 등 소박한 목소리들이 울려퍼졌다.

행사가 중반을 넘어서자 베트남 출신의 평화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틱낫한 스님이 모 출판사 측이 고용한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스님 일행이 무대에 오르자 “존경과 경외심으로 맞아 달라.”는 사회자의 극찬이 스피커로 울려퍼졌다.어느덧 행사의 주인공은 시민들에서 틱낫한 스님으로 바뀌어 버렸다.

틱낫한 스님은 30분 넘게 찬불가를 부르며 명상에 잠기거나,명상법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반전에 대해서도 새로울 것 없는 원칙론만 늘어놓았다.틱낫한 스님 일행이 무대를 내려와 걷기 명상을 시작하자 많은 시민들은 자리를 떠났다.틱낫한 스님의 프로그램이 끝난 오후 4시40분쯤에는 애초 참여했던 4000여명 가운데 3분의1이상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직장인 김민수(33)씨는 “외국 스님 한 명에게만 한 시간 넘게 할애한 주최 측을 이해할 수가 없다.여기가 스님의 광고행사장인가.”라고 반문했다.

반전평화의 목소리가 높다.그러나 이날의 행사는 반전이라는 분위기를 상업주의와 문화적 사대주의로 이용한 일부의 의도가 엿보여 씁쓸했다.순수한 반전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기대할 수는 없을까.

이 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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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부 기자douzirl@
2003-03-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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