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

[스포츠 라운지]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

입력 2003-03-22 00:00
수정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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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생 32년만에 처음으로 약력에 ‘우승’이란 두 글자를 올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명수(41) 감독.서글서글한 두 눈은 지난 18일 아침에도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이날 미국으로 떠난 ‘특급 용병’ 타미카 캐칭이 국내 선수들과 펑펑 울면서 작별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2003년 겨울리그가 시작된 지난 1월3일부터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쥔 지난 16일까지 그는 언제나 충혈된 눈으로 코트에 나왔다.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때면 “우승에 목숨건 감독이 시합을 앞두고 잠을 잘 수 있느냐.”며 특유의 순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주당인 박명수 감독은 금주 7개월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농구계 ‘무명’ ‘비주류’의 아픔을 토해냈다.그에 대한 평가는 ‘농구판을 확 바꿀 사람’과 ‘선배를 몰라보는 후배’로 엇갈린다.그는 “선후배를 떠나 한 팀을 책임진 감독”이라면서 “실력으로 평가받는 지도자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계의 ‘비주류’다.농구명문대 출신도,‘지도자 사관학교’로 불리는현대와 삼성에서 실업선수 생활을 하지도 못했다.청소년 대표로 선발된 양정고 시절이 선수로서의 유일한 전성기였다.지난 81년 경희대에 진학했으나 세차례의 무릎 수술로 졸업과 동시에 체육대 조교 겸 농구단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 변신했다.88년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 코치로 영입된 이후 15년째 한 우물만 파고 있다.

겨울리그 내내 그에게는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무명·비주류 감독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것.그는 “구단과 선수,감독이 똘똘 뭉치면 우승할 수 있다는 평범한 원칙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선수단 숙소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전셋집에서 산다.그러나 시즌 중에는 절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선수들이 합숙하는 한 감독이 24시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관리농구’를 신봉하는 그는 “국내 여건상 자율농구는 시기상조”라면서 “선수의 프라이버시와 인격을 확실하게 존중하면 관리농구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선 자신부터 철저히 관리해 왔다.해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박사과정도 준비중이다.7년 동안 꾸준히 닦은 영어회화 실력 덕에 외국인선수들에게도 자유롭게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다.

중·고교 경기는 물론 초등학교 경기까지 직접 찾아 다니며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일일이 챙긴다.이번에 활약한 홍현희 강영숙 서영경 이연화 등이 다 그렇게 ‘찜’한 선수들이다.

2000년 감독에 취임하면서 ‘4단계 꿈’을 세웠다.1단계는 프로리그 우승,2단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가대표 감독,3단계는 대학교수,4단계는 초등학교 감독이다.첫번째 꿈을 이룬 젊은 감독 박명수가 나머지 꿈을 어떻게 이뤄 나갈지 지켜 보자.

이창구기자 window2@

◆최고참 조혜진과의 인연

91년 박감독이 직접 스카우트 은퇴결심 돌려놓으며 우승 합작

박명수 감독은 15년 동안 우리은행을 지켜오면서 12년은 최고참 조혜진(30)과 함께 했다.우승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던 우리은행의 역사를 함께 쓴 셈이다.

인연은 조혜진이 은광여고 3학년이던 지난 91년 말 맺어졌다.당시 코치이던 박 감독이 스카우트를 위해 은행대출까지 받아 직접 집으로 찾아 간 것.

지난해 조혜진은 5분밖에 못뛰고 코트에서 쓰러질 뻔한 적이 있다.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인의 절반으로 떨어진 악성 빈혈 탓이었다.감독에게 우승 헹가래 한 번 선물하지 못한 게 한스러웠지만 은퇴를 결심했다.그러나 박 감독이 그녀의 마음을 돌려 세웠다.조혜진의 빈 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챔피언에 오른 날 조혜진은 12년 동안 참은 눈물을 다 쏟아냈다.빈혈 때문에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이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투사’로 변하고,여전히 팀에서 가장 무거운(75㎏) 바벨을 드는 그녀는 다음 시즌부터는 플레잉코치로 박 감독과 손발을 맞춘다.

이창구기자
2003-03-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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