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에 1급 관료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해 인사태풍이 임박하자 공무원들은 일제히 일손을 놓은 채 후속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관료사회가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 19일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발언 직후 1급 공무원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2∼3급 국장급은 후속 인사에 귀 기울이면서 현안 업무처리와 점검은 뒷전에 미뤄 놓는 실정이다.과장급도 인사적체가 해소된다는 점에서 인사태풍을 내심 환영하고 있지만 선배들이 일거에 공직을 떠나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해 하는 등 행정공백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후회스러운 공직생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국가를 위해 평생 충성했는데…”
정 보좌관이 “공무원으로서 1급까지 했으면 다한 것”이라며 사실상 사표를 종용한 발언에 대해 중앙부처 1급 공무원 A씨의 말이다.특히 정 보좌관이 ‘로또 복권’을 거론하며 “집에서 건강 관리를 하거나 배우자와 놀러나 다니라.”고 한 말에 그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대부분의 1급 간부들은 A씨와마찬가지다.간부들은 “세대교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정년이 보장된 일반직 공무원을 이렇게 대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이 후회스럽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1급 B씨도 사무실로 쉴새없이 걸려오는 안부전화를 받느라 곤혹스럽다.사표 수리 여부에 신경쓰면서 “정 보좌관의 말은 칼만 안 들었지 점령군보다 더 하다.”면서 “1년 전에 떠밀리다시피 명예퇴직한 전임자의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관련 부처의 1급 C씨도 “하루종일 친척·친지들로부터 ‘당신은 괜찮으냐.’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내쫓는 마당에 따뜻한 말로 위로는 못해줄 망정 이럴 수가 있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업무는 뒷전
1급 공무원뿐 아니라 국장급도 1급 공무원의 거취에 따라 이어질 후속인사를 주시하면서 일손이 잡힐 리 없다.과천청사의 간부 D씨는 “주요업무 현안이 쌓여 있지만 그런 것을 다룰 정신들이 아니다.”고 말했다.1급과 국장급이 이렇다보니 이들로부터 지시를 받고 결재를 올려야 할 과장급도 사정은 비슷하다.전체적으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행정공백은 청와대 탓도 작용하고 있다.E부처의 경우 업무를 협의할 청와대 라인이 없어 곤란을 겪는가 하면,청와대 직원끼리 업무가 중복된 사례도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종락기자 jrlee@
●후회스러운 공직생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국가를 위해 평생 충성했는데…”
정 보좌관이 “공무원으로서 1급까지 했으면 다한 것”이라며 사실상 사표를 종용한 발언에 대해 중앙부처 1급 공무원 A씨의 말이다.특히 정 보좌관이 ‘로또 복권’을 거론하며 “집에서 건강 관리를 하거나 배우자와 놀러나 다니라.”고 한 말에 그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대부분의 1급 간부들은 A씨와마찬가지다.간부들은 “세대교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정년이 보장된 일반직 공무원을 이렇게 대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이 후회스럽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1급 B씨도 사무실로 쉴새없이 걸려오는 안부전화를 받느라 곤혹스럽다.사표 수리 여부에 신경쓰면서 “정 보좌관의 말은 칼만 안 들었지 점령군보다 더 하다.”면서 “1년 전에 떠밀리다시피 명예퇴직한 전임자의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관련 부처의 1급 C씨도 “하루종일 친척·친지들로부터 ‘당신은 괜찮으냐.’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내쫓는 마당에 따뜻한 말로 위로는 못해줄 망정 이럴 수가 있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업무는 뒷전
1급 공무원뿐 아니라 국장급도 1급 공무원의 거취에 따라 이어질 후속인사를 주시하면서 일손이 잡힐 리 없다.과천청사의 간부 D씨는 “주요업무 현안이 쌓여 있지만 그런 것을 다룰 정신들이 아니다.”고 말했다.1급과 국장급이 이렇다보니 이들로부터 지시를 받고 결재를 올려야 할 과장급도 사정은 비슷하다.전체적으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행정공백은 청와대 탓도 작용하고 있다.E부처의 경우 업무를 협의할 청와대 라인이 없어 곤란을 겪는가 하면,청와대 직원끼리 업무가 중복된 사례도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종락기자 jrlee@
2003-03-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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