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생명이 숨쉬는 청계천을 꿈꾸며

[녹색공간] 생명이 숨쉬는 청계천을 꿈꾸며

조명래 기자 기자
입력 2003-03-17 00:00
수정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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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복원된다고 하니 그곳에 개울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돌아 올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열린 물길을 따라 자연이 돌아와 서울전역으로 퍼져 나가면 서울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터전으로 거듭날 것이다.지금 우리는 자연이 돌아오는 그러한 청계천을 기다리고 있다.

청계천은 서울을 있게 한 하천이다.서울의 남사면과 북사면에서 발원한 물길이 모여 만들어진 게 청계천이다.청계천은 자신을 만들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살 터전을 마련해주었고,사람들의 배출물을 거두어 자연으로 보내주곤 했다.종로통이 동서로 자리잡은 것도 청계천의 이러한 흐름에 안기기 위한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청계천은 사람들의 생활에 장애물로 인지되면서 끊임없는 다스림의 대상이 되어버렸다.오늘날 복개된 모습은 그 다스림의 극치이다.복개된 청계천은 성장의 속도를 보태고 그 노폐물을 은닉하는 곳이지만,서울의 죽은 자연을 묻은 곳이다.

서울의 자연은 세계 어느 도시와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택리지는 한양을 ‘나라 안 네 곳으로 압축할 수 있으리만큼산자수명한 곳으로 길에 밥을 떨어뜨린다 해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토색이 정결하고 단단한 곳’이라 했다.

그러한 서울의 자연을 우리는 발전이란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죽여왔다.

서울 사람들이 누리는 지금의 삶은 서울의 죽은 자연 위에 세워진 바벨탑과 같은 것이지만,그 중압감은 서울을 벗어난 자연에까지 뻗어가고 있다.

소위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지수를 계산해보면,현재 서울 사람들은 서울의 자연(토지)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의 800여 배를 초과하는 소비수준을 누리고 있다.이렇다 보니 서울의 자연(토지)은 세계 최고밀로 이용되고 있고,이도 부족해 서울 밖의 자연마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서울사람들이 자연에 거는 부하량은 런던의 6∼7배에 이르니 참으로 반환경적이고 반자연적인 삶을 살고 있다.자연에 대한 과부하는 자연에 터한 인간의 생명적 기반을 허물어 삶의 지속성을 종국에 불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앞서가는 도시들은 도시의 자연을 복원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지속가능한 도시,환경친화적 도시,집약도시,환경공생도시,녹색도시,생태도시 등은 모두 사라진 자연을 되살리려는 새로운 도시개념들이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이 이러한 도시로 거듭나는 것을 돕는 사업이 되어야 하며,구체적으로는 서울의 사라진 자연이 되돌아오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그 길을 따라 서울의 산과 한강이 이어지면서,그 이음을 타고 물고기가 쉬는 여울이 생겨나고,동식물의 서식지가 되살아나며,사람과 물이 만나는 수변공간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청계천 물길을 따라 동서 생태축이 형성되고,이와 교차하여 북악산∼종묘∼세운상가∼남산∼용산∼한강∼관악산을 잇는 남북 생태축이 되살아나면,서울은 자연의 생명이 순환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아쉽게도 서울시가 지금 추진하는 청계천 복원의 방식은 이와 거리가 먼 것 같다.무늬만 자연하천의 복원이지,그 내부에서는 또 다른 인간중심적 편익을 추구하는 개발이 준비되고 있다.이러한 복원은 서울의 자연을 다시 한번 죽이는 것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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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 래
2003-03-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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