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만년필과 플러스 펜

[씨줄날줄] 만년필과 플러스 펜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2003-03-14 00:00
수정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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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이 있는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국정문건을 결재하거나,평검사와의 토론시 메모할 때 사용한 필기구를 눈여겨 봤을 듯하다.통상 보아온 만년필이 아니라 플러스펜이다.청와대측은 13일 이와 관련,“원래 대통령이 명품에는 관심이 없는 데다 필기구를 사용할 때 주변에서 건네주거나 옆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며 별 뜻없이 플러스펜을 쓴다고 밝혔다.소탈해 만년필을 애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플러스펜은 국내 유명메이커가 지난 1965년 개발한 독자 브랜드.사인펜보다 글씨가 얇고 부드러워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볼펜 대신 애용하고 있다.값도 250∼300원이어서 실용적이다.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라면 날씬한 뚜껑으로 급할 때 손가락 마디나 손바닥 등을 꾹꾹 눌러 시원한 기분을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만년필 세대로 일컬어지는 50∼60대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겐 이 장면이 낯설다.그동안 TV와 사진을 통해 국내외 대통령이나 장관,대기업 총수 등 VIP들이 만년필을 사용한 장면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에티켓이자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필자의 기억에는 무엇보다 만년필이 5년여전 외환위기 당시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캉드쉬 IMF총재와 외화차입 서명을 하던 장면이 애잔하게 남아 있다.최근에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81년 사법고시 합격시 같은 아파트에 살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만년필을 선물로 받은 인연이 화제였다.더 거슬러 만년필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 한·일협정 비준서 서명시 사용했으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도 필기구로 만년필을 사용하곤 했다.클린턴 미대통령이 방한시 방명록에 서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만년필은 품위 있거나 지체 있는 사람들의 애장품으로 불린다.국산보다는 몽블랑으로 대표되는 독일산 명품이라야 그나마 포켓에 넣고 다닌다.이제는 ‘만년필’이 첩보영화나 실생활에서 도청이나 위치추적장비로 활용돼 그 가치는 다소 떨어진 듯싶다.대통령이 부지불식간에 쓰는 필기구를 보며 권위주의와의 결별,세대 교체의 한 상징이라고 하면지나칠까.

박선화 논설위원

pshnoq@
2003-03-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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